한국의 대표적 친환경 유기농업 지역인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호 인근 하천. 남양주시는 다음달 4대강 사업 착공을 앞두고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이 지역에 수도권 첫 슬로시티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4대강 사업으로 물에 잠기기 전에…
경기도 남양주시가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조안면 진중리 등 12개 마을에 ‘슬로시티’ 선정을 추진해 앞으로의 추이가 눈길을 끈다.
팔당호 상류에 위치한 조안면은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가 열리는 등 우리나라 친환경 유기농업의 대표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의 4대강 사업지구로 지정돼 수십 가구의 농가와 농토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자, 다음달 중순 착공을 앞두고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왔다.
5일 남양주시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양주시는 지난달 28일 슬로시티 후보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데 이어, 30일 국제슬로시티연맹의 현장실사를 받을 예정이다.
윤민자 남양주시 슬로푸드팀장은 “조안면 지역은 팔당댐 건설 이후 30년 가까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환경이 살아있는 곳”이라며 “슬로시티로 지정되면 다산 유적지 등과 연계해 관광상품 육성에 나서는 한편,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한 ‘슬로푸드’ 사업을 병행해 친환경 도시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첫 슬로시티 지정 가능성에 대해 장희정 한국슬로시티본부 사무국장(신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은 “슬로시티 지정이 꼭 농어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안면 일대는 수도권 인근 지역사회 커뮤니티 운동의 발상지로서, 지역간 교류 활성화 측면에서도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이어 “슬로시티연맹이 민간기구인 만큼 대상지역 개발 규제 권한은 없지만, 슬로시티 정신에 반하게 무리한 개발이 진행될 경우 재인증 심사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며 “팔당댐 인근 지역이 수도권의 허파 구실을 계속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슬로시티는 17개국 123개 도시에 지정돼 있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전통과 자연의 보전을 바탕으로 한 관광객 유치 효과가 높으며, 한국에는 지금까지 6곳(신안, 완도, 장흥, 담양, 하동, 예산)이 지정됐다. 남양주시의 슬로시티 선정 여부는 4~6개월 동안의 실사과정을 거쳐 내년 3~4월께 결정될 전망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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