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성진골 주택가가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로 인해 밝은 느낌을 준다. 안동대 출신 예술팀의 벽화 작업으로 마을이 산자락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안동시 제공
‘복덩이 할머니’ ‘멋쟁이 아저씨’
안동대 출신 예술팀 벽화 그려
우스꽝스런 조형물도 눈길 끌어
안동대 출신 예술팀 벽화 그려
우스꽝스런 조형물도 눈길 끌어
경북 안동시 신세동 성진골 들머리에는 이 마을에 사는 김화순씨와 손자 상현씨, 상현씨의 여자친구 민서씨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벽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인심이 좋은 60대 중반의 김씨를 ‘복덩이 할머니’라고 부른다.
마을 한복판으로 난 골목길 300여m를 따라 올라가면 진달래와 자작나무를 그린 벽화 15점이 집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옷을 잘 입고 멋을 부린다는 ‘멋쟁이 아저씨’의 벽화도 재미있다. 벽화 뿐만 아니라 ‘줄 타는 고양이’, ‘오줌 누는 개’ 등으로 이름을 붙인 우스꽝스런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성진골은 안동시내 도심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영남산으로 올라가는 기슭을 따라 90여채 남짓한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200여명 남짓한 이 마을 주민들은 날품을 팔거나 희망근로로 생계를 이어 가는 형편이다. 도심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달동네로 그동안 마을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둡고 칙칙했다.
이 마을에서 안동대 출신으로 이뤄진 예술팀 ‘연어와 첫비’가 마을 꾸미기사업을 시작한 것은 6월 초순이다. 넉달 동안 8명이 일을 나눠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한 끝에 이 마을을 ‘지붕 없는 산자락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놨다. ‘연어와 첫비’ 이강준(32) 예술감독은 “처음에는 꿈자리가 사납다며 한사코 반대해 집집마다 찾아 다니면서 설득해야 했던 주민들이 한달이 지나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짜내 사업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0여m가 넘는 동부초등학교 담벼락 벽화는 이 학교 교사와 학생 등 70여명이 힘을 모아 그렸으며, 집 담벼락의 벽화도 생업을 제쳐 둔 채 페인트를 칠해 주고 끼니 때마다 새참을 해 준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전국 공모에서 ‘연어와 첫비’가 대구·경북에서는 유일하게 당선돼 정부 지원금 1억원을 받아 진행했다.
성진골 주진도(64) 통장은 “마을이 안동 도심지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동안 택시도 들어오기를 꺼릴 만큼 소외돼 왔다”며 “벽화작업 이후 마을이 확 달라지고 너무 밝아져 기분이 좋다 ”고 말했다. 주씨는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지만 돈이 모자라 아직 벽화를 그려 넣지 못한 집이 많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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