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전망대에서 영주댐반대 범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천경배 신부(성공회·가운데)가 인근 주민들에게 회룡포 훼손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주댐 건설·낙동강 준설땐
모래사장 침식 가속화 우려
수공, 과거자료로 “영향적다”
모래사장 침식 가속화 우려
수공, 과거자료로 “영향적다”
“국회의원이든, 정부든, 환경단체든, 현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부터 알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전망대에서 만난 지역 주민 윤진한(47)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최근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서야 4대강 사업으로 회룡포의 경관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하지만 군청이나 관계당국에서는 주민에게 별다른 설명회 한 번 없다”고 답답해 했다.
회룡포는 발아래 용이 승천하듯 내성천이 휘감아 돌고, 세월과 강물이 만들어 낸 모래사장이 마을을 포근히 감싼 육지 속 섬마을이다. 드라마 <가을 동화>와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등에 소개되면서 최근 한 주에 2만여명이 찾는 명승지로 자리를 굳혔다. 이곳이 요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다.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은 최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살리기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인 영주댐 건설로 회룡포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송리원댐 사전환경성 검토 보고서와 영주댐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영주댐 상류에 유사조절지라는 모래 차단댐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지만 두 댐이 건설되면 이중으로 모래 운반이 막히면서 회룡포의 경관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내성천을 따라 5㎞를 내려가면 만나는 낙동강 구간에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깊게 하는 준설공사가 예정돼 있어 유속이 빨라지고 모래사장 침식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쪽은 “영주댐 건설로 추정되는 모래 감소량은 해마다 채취하는 골재량의 절반 수준인 약 17%(13.4만㎥) 정도여서 큰 영향이 없고, 하류의 준설공사 때 침식 방지시설물과 완경사 저수로를 만들어 모래사장 침식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쪽은 “수공의 주장은 과거 자료에 근거한 것이어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홍수기에는 완경사 저수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영주댐 건설 사업은 1999년 송리원댐 건설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됐다가 4대강 살리기의 하나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회룡포 상류인 영주시 평은면 금광·용혈리에 높이 50m, 저수용량 1억8100만t 규모의 댐을 건설할 계획이다.
회룡포 녹색체험마을 사무장 박재후(35)씨는 “회룡포는 천년만년 후세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며, 개발도 좋지만 원형 훼손 가능성을 한 점 의혹도 없이 면밀하게 따져본 뒤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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