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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아름다운 응봉산, 시멘트병풍 두르나요”

등록 2009-11-05 22:21

서울 중랑천 자전거도로에서 바라본 응봉산의 모습. 응봉산 오른쪽에 15층의 대림아파트가 보인다. 윤영수씨 제공.
서울 중랑천 자전거도로에서 바라본 응봉산의 모습. 응봉산 오른쪽에 15층의 대림아파트가 보인다. 윤영수씨 제공.
고층아파트 재개발 추진에 95m 작은 산 포위태세
서울시 ‘경관플랜’과도 안 맞아…주민들 반대서명
응봉산 꼭대기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니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중랑천의 모습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북쪽으로는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한 서울숲이, 동쪽으로는 남산이 보였다. 평일 낮인데도 대여섯명의 주민들이 조망대에 올라 간단한 체조를 하고 있었다. 5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만난 ‘응봉산을 사랑하는 모임’ 윤영수 부회장은 “응봉산은 이른 봄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는 것으로 유명해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단골 명소”라며 “서울시 ‘우수조망명소’에 뽑히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이 응봉산이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일 위기에 처해 있다. 응봉동 193-162번지 일대(3만2380㎡) 응봉1구역 재건축추진위원회에서 11~25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 8개동을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윤 부회장은 “지금은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도로, 응봉교, 강변북로를 오고가는 차량들과 중랑천을 따라 산책하는 시민들, 광희중학교와 응봉초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아름다운 응봉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95m 높이의 작은 산인 응봉산은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서울시 경관마스터플랜’과도 맞지 않는다. ‘서울시 경관마스터플랜’은 건축물을 지을 때 주변 경관과 지형 특성을 배려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일 응봉산을 오른다는 주민 정아무개(59)씨는 “아파트가 응봉산을 가리면 안 된다”며 “응봉산은 공원으로 지정돼 있는데 어떻게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동네 주민들도 응봉산 지키기에 나섰다. 재건축 구역 주민들을 포함해 모두 1370여명의 주민들이 응봉산 조망권을 해치는 재건축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했다. 지난 28일에는 중구 서소문동 시청 앞에서 2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응봉제1주택재건축정비구역 지정을 보류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창준 민주노동당 성동구위원회 위원장은 “응봉1구역은 재건축이 필요하지 않은 지역”이라며 “개발 이익을 위한 병풍아파트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응봉제1주택재건축정비구역 지정은 보류된 상태다. 성동구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에서 아파트 층수 문제로 보류됐다”며 “층수를 낮춰 다시 설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김경욱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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