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적십자 울산본부 단원들이 직접 포장한 선물상자를 정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제공
청소년적십자 단원들
선물상자 8천개 마련
선물상자 8천개 마련
“안녕. 어디에 살고 있을지, 누구인지 모르지만 한글로 이 편지를 보냅니다. …. 지금 힘들더라도 나중에 꼭 만나 보면 좋겠습니다.”
울산 울주군 명산초교 5학년 정훈군이 이름 모를 나라의 친구에게 쓴 편지다. 정훈이는 용돈을 보태 작은 선물도 샀다. 정훈이가 마련한 선물과 편지는 14일 다른 아이들이 준비한 것들과 함께 가로 27cm, 세로 19cm, 높이 4.5cm 크기의 종이상자에 넣어졌다. 이 종이상자는 곧 저개발국가의 또래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우정의 선물 보내기’는 국제적십자연맹이 1차 세계대전 가운데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세계 각국의 친구들에게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청소년들이 선물상자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의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8만 상자를 만들어 러시아, 몽골, 미얀마, 캄보디아 등 38개국 어린이들에게 전했다. 2002~2004년에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3만74상자, 2004년에는 이란 지진 피해 청소년들에게 500상자, 2005년에는 쓰나미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어린이들에게 5000상자를 보냈다. 한국 전쟁 때 우리 청소년들이 받은 사랑의 선물을을 이제는 재난과 빈곤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세계 곳곳의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 없는 이웃 사랑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청소년적십자에서 8000상자를 보낼 예정이며, 울산에서만 400상자가 보내진다. 울산에선 초·중·고교 125곳의 학생들이 1000원~1만원씩을 내 400만원어치의 선물을 모았다. 선물은 공책, 연필, 볼펜, 포스트잇, 지우개, 자 등 문구류와 칫솔, 치약, 비누, 손톱깎이 등 생필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교에서 모은 선물은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로 보내져 청소년적십자 단원인 초·중·고교생 40명이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포장을 했다. 상자마다 1만원 상당의 선물과 함께 학생들이 직접 쓴 편지와 엽서를 넣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임창택씨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지구촌의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며 용돈을 보태고, 컴퓨터를 하며 놀 시간에 포장을 하는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다”며 “더 많은 친구가 뜻 깊은 행사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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