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깜언.”(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16일 오후 5시 베트남어 어학강좌가 열린 대구 북구 경북도 농업기술원 2층 세미나실에서 난데없는 베트남어 합창이 터져 나왔다.
농업기술원은 도내 농촌지역 다문화가정에 과학영농기술 보급과 농촌생활문화 지원을 위해 이날부터 내년 4월까지 매주 월, 금요일 두 차례 강좌를 열었다. 도내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희망자로 제한해 모집했지만 호응도가 워낙 높아 직원의 80%에 이르는 70여명이 강의를 신청했다. 첫 강의는 간단한 베트남 인사말과 발음, 성조 강의로 진행됐다.
강의를 들은 농촌생활지원과 조영숙 생활지도사는 “늘어나는 결혼이민여성들과 좀 더 잘 소통하기 위해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 그들의 마음이 빨리 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첫 강의를 한 계명대 한국학 박사과정 베트남 유학생 투이(27)도 “지금까지는 당연히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한국 공무원들이 소통을 위해 베트남어를 배우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이러한 노력이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도내에는 81개국 3만531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베트남과 중국인 등 8060명 정도가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으며, 여성이 7764명(96%)으로 대부분 결혼이주여성들이다. 베트남·필리핀·타이 등 동남아가 4201명(52%), 중국·대만·일본 등 동북아가 3575명(44%), 남부아시아 42명, 중앙아시아 46명, 나머지는 미국과 러시아 등의 출신이다
농업기술원 채장희 원장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익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다문화가정이 안정된 농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앞으로 중국어와 인도네시아어 등의 강좌도 개설해 결혼이민 여성과 직원들의 소통을 돕겠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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