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부동산·예금 없는 335명 대여금고 첫 봉인
일부는 즉시 납세…“남의 보석 보관” 변명하기도
일부는 즉시 납세…“남의 보석 보관” 변명하기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사는 개인사업자 최아무개(54)씨는 취득세 등 무려 18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최씨에게는 본인 명의의 부동산이나 예금이 전혀 없어 이를 압류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씨가 2008년 송파구의 한 은행에 대여금고(금융기관이 빌려주는 금고)를 만들어 사용해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난 12일 최씨의 대여금고를 압류했다.
양도소득세분 주민세 3천만원을 체납하고 있던 유아무개(47)씨도 대여금고를 압류당했다. 유씨는 서초구와 강남구 등의 은행 4곳에 각각 대여금고를 가지고 있었고, 서울시는 4개의 대여금고를 모두 압류했다. 최씨와 유씨가 11월30일까지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면 대여금고 안에 보관된 재산은 강제 인수 뒤 공매처분된다.
서울시는 1천만원 이상의 고액체납자이면서 은행에 대여금고를 갖고 있는 335명에 대해 전국 최초로 대여금고를 압류했다고 25일 밝혔다. 고액체납자들에게 압류한 대여금고는 모두 382개이며 이들이 체납한 금액은 394억원에 이른다. 시는 이번 조처에 대해 “본인 명의의 부동산이나 예금은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거액의 재산을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온 체납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각 은행에서 고액체납자의 대여금고 보유 정보를 제공받고,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압류전문 공무원과 자치구 세무공무원 81명을 동원해 이들의 대여금고를 사용할 수 없도록 봉인했다.
대여금고를 압류당한 체납자 가운데 일부는 압류당한 뒤 곧바로 세금을 내고 금고를 돌려받았다. 시는 현재까지 3명의 체납자가 세금을 내고 즉시 금고를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체납자들은 대여금고 안의 보석이 자기 것이 아니라, 외국에 가 있는 딸의 것이라거나, 대여금고 안의 물품이 개인 것이 아니라 회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압류 해제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는 체납자의 대여금고 속에 있는 현금이나 귀중품이 제3자의 소유라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동안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부동산이나 예금 압류,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 일반적 방법뿐 아니라, 동산 압류·공매, 법원공탁금 압류 등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사용해왔으나 대여금고를 압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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