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재두루미 도래지와 인접해 철새들의 둥지 구실을 해온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유수지가 매립·준설공사로 바닥이 파헤쳐져 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의 서식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 16만㎡ 유수지 매립·준설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우려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우려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지역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90년대 말 이곳에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출판단지)를 조성한 문화체육관광부, 토지주택공사, 입주기업협의회 등은 92년 자유로 건설 때 만들어진 유수지와 샛강을 자연친화적으로 보전해 습생 동식물들이 살도록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겨울손님 철새와 생태탐방 어린이들이 어울려 한폭의 그림처럼 평화롭던 출판단지의 ‘호수’(유수지)가 11월 초 철새 대신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활보하는 공사판으로 변했다. 출판단지 2단계 공사를 하는 토지주택공사가 가림막을 둘러치고 유수지 매립·준설공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16만여㎡ 규모의 유수지는 자유로 건너편 ‘한강하구 재두루미 도래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재두루미 등 철새들의 둥지 구실을 해왔다.
환경부 한강임진강 시범사업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유수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곳엔 전세계에 700마리 남아 있다는 천연기념물 205호 노랑부리저어새 19마리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 323호 황조롱이가 서식하고 있었다. 또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큰기러기 수백 마리와 말똥가리, 알락해오라기 등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를 맡았던 시범사업단 지운근 전 단장은 30일 “자유로와 출판단지 개발로 십여년 동안 몸살을 앓았던 이 지역 생태계가 스스로 치유과정을 통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며 “정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도 될 만큼 생태적 가치가 큰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토지주택공사의 계획대로 50㎝씩 일괄 준설을 하면 갈대밭과 복원된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며 “공사를 하더라도 유수지 안 생태계를 고려해야 하는데, 가장 민감한 지역을 가장 먼저 매립해 공삿길을 만들어놨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이현숙 의장은 “토지주택공사가 유수지를 줄여 상업구역 분양면적을 늘리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문화재청장과 환경부 장관에게 공사중지와 진상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출판단지 유수지는 10여년 동안 사람이 개입을 안 해 생태계가 복원됐는데, 토지주택공사가 10여년 전 환경영향평가를 한 뒤 공사를 시작했다”며 “더욱이 입주기업이나 지역 주민에게 설명회조차 열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토지주택공사 파주사업단 이응석 과장은 “출판단지 유수지는 재난방지시설이지 보호대상 습지가 아니다”라며 “애초 설계대로 유효수심 3m를 유지하기 위해 평균 50㎝의 퇴적물 준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수지 일부를 매립한 것은 토지 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모양을 바꾸는 것으로, 유수지 면적은 오히려 7000㎡ 늘어난다”며 상업구역 확장 의혹을 부인했다.
파주출판단지 유수지는 출판단지와 인근 교하지구·운정3지구의 지표수를 모아 한강 하구로 흘려보내는 구실을 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파주출판단지 유수지는 출판단지와 인근 교하지구·운정3지구의 지표수를 모아 한강 하구로 흘려보내는 구실을 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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