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상류 삼청동천(중학천)의 종로와 종로구청 사이에서 60m에 이르는 조선시대의 석축이 발굴됐으나, 서울시는 이를 덮어버리고 그 위에 인공 물길을 만들기로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8월 발굴조사때…“복원 아닌 물길조성 사업”
문화연대 “비공개 말도 안돼…협의 통해 복원 결정을”
문화연대 “비공개 말도 안돼…협의 통해 복원 결정을”
서울시가 청계천의 상류인 삼청동천(중학천)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석축을 발견하고도 다시 덮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8월초 종로구 청진동 옛 삼청동천에 대한 표본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석축을 발굴했다. 8월28일부터 10월16일까지 약 한달 반 동안 중학천길(종로구청~종로)을 발굴한 결과, 약 5곳에서 60m 가량의 조선시대 석축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된 석축은 삼청동천 양 옆의 제방이며, 장대석(옆으로 긴 돌) 형태였다. 석축 군데군데에서는 파이프 구멍이 발견됐는데, 일제 때 보수한 흔적으로 보인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이 곳에서는 석축 외에도 토기와 도기 382점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발굴이 끝난 뒤 이 석축들을 다시 흙으로 덮어버렸다. 발굴 조사를 담당한 한울문화재연구원 쪽은 “이번에 발굴된 석축은 문화재로서 가치가 크지만, 서울시가 이번 사업을 삼청동천 ‘복원’이 아니라 ‘(인공)물길’ 조성사업이라고 해 발굴을 마친 뒤 업무를 문화재청에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석축을 다시 땅속에 묻어 보존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승 균형발전본부 도심재정비1담당관은 “이 구간의 삼청동천은 너무 깊고, 도로도 좁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면 시민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돼 문화재청과 협의한 뒤 덮기로 했다”며 “종로구청에서 동십자각까지 2단계 구간에는 여유 공간이 있으므로 이 가운데 일부 구간을 본래의 하천 모습을 살려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가 역사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석축이 발견됐으면 이를 공개해야지 다시 덮어버리고 그 위에 인공 물길을 만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조사 과정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면 문화재 전문가나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협의를 거쳐 복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사업 때도 문화재 조사를 하면서 발굴된 석축을 모두 걷어내 중랑물재생센터에 옮기는 등 역사 문화재 복원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황평우 소장은 “중랑 물재생센터의 석축은 현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돌이 부식되는 등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청계천 상류 삼청동천에서 발굴된 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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