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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전매 노린 ‘울산 범서 현진에버빌’ 분양자

등록 2009-12-02 22:50

“2천만원 날렸지만 지옥 갔다온 느낌”
경기악화로 거래 막혀…3년 동안 이자만 내
아파트 완공전 부도…계약·중도금 돌려받아
아파트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던 회사원 김아무개(49)씨는 2006년 12월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1년 뒤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명 탤런트가 텔레비전에 나와 홍보하던 울산 울주군 범서읍 현진에버빌(1093가구) 아파트였다. 3.3㎡당 가격이 940만원이었다.

한 해 전에 분양됐던 근처 아파트들이 3.3㎡당 500만~600만원에 분양된 것에 견주면 3.3㎡당 400만~500만원이나 비쌌다.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설마 마지막 폭탄을 안겠느냐”고 생각했다. 몇 년 동안 적금을 들어 모았던 5000만원으로 122㎡(37평형)를 계약했다. 분양률이 95%에 이르렀다는 얘기를 듣고는 투자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대로 1년 뒤 분양권 매매 금지 기간이 끝나자 웃돈이 붙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2000만~3000만원에 분양권을 사겠다고 전화를 걸어 왔지만 팔지 않았다. 좀 더 기다리면 웃돈이 더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지역 아파트 시장이 얼어 붙기 시작했다. 미분양아파트들이 늘기 시작하고 분양권 거래도 뚝 끊겼다. 계약금 일부를 손해 보면서 분양권을 내놓아도 사는 이들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섯 차례 중도금을 냈다. 은행 대출금이 2억원으로 불어났다. 연간 이자가 1000만원이나 됐지만 아파트가 완공되면 시세가 올라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파트 완공일이 다가올 때까지 찬바람은 여전했다. 이대로 가면 파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같은 처지의 입주 예정자들이 모여 분양가가 너무 높았다며 행정기관에 탄원서를 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속만 끓였다.

10월 초 낭보가 왔다. 아파트 완공을 앞두고 현진에버빌이 부도가 난 것이다.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 입주 차질에다 대출이자가 더 늘어 울상을 지어야 하지만 되레 기뻤다.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사고가 나면 대한주택보증㈜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전액 돌려주기 때문이다. 3여 년 동안 은행에 낸 대출이자 2000만원을 되돌려 받을 수는 없지만 아파트 완공 뒤에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손해를 볼 금액에 견주면 다행이었다.

김씨는 2일 울산 남구 삼산동 ㄷ사 견본주택을 찾았다. 이곳에서 대한주택보증㈜이 현진에버빌 분양계약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8일까지 분양금 납부액 환급신청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마지막 폭탄이 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시는 투기성 투자를 하지 않겠다”며 견본주택을 서둘러 빠져 나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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