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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불타버린 ‘꽃순이’ 기억하나요?

등록 2009-12-02 22:59

군산 예술가 8년전 개복동 화재현장서 전시회
사회와 포주로부터 갇힌채 숨진 여성들 추모
“꽃순이를 아시나요.”

8년 전 발생한 성매매업소 화재사건 현장에서 전북 군산지역 예술가들이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행사를 연다.

이들은 5일 오후 3시 전북 군산시 개복동 예술의 거리(옛 우일극장 일대) 빈 점포 7곳에서 ‘꽃순이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연다. 예술의 거리에 입주한 예술인 6명과 외부에서 참여한 19명 등 모두 25명이 참여해 <빨강 개복동에서 놀다> <꽃이여> <치유> 등 30여점을 4개 부문으로 나눠 선보인다.

이 전시회는 개복동 화재참사로 숨진 여인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또 예술가들이 서로 과거·현재· 미래의 여성인권을 두고 생각을 나누는 계기로 구상을 했다. 예술이 가진 소통의 기능에 주목한 것이다.

이 전시회는 군산 개복동 일대의 빈 점포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개복동의 낙후한 상황을 알리고, 예술의 거리로 새롭게 변신하려는 시도에 관심을 끌기 위함이다.

소설가 정경진씨는 이곳 예술의 거리에 입주해 2년 간 살면서 자신이 경험한 느낌을 ‘꽃순이를 위한 변주곡’이라는 제목으로 행사책자 서문에 담았다.

정씨는 “이 자리는 자의든 타의든 탐욕과 무관심에 의해 강압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암울했던 생을 위안하는 것이고, 평안의 세상으로 보내기 위함이며, 다시는 그녀들을 꽃순이로 부르지 않으려는 다짐의 장이다. 우리는 이제 검은 상복을 벗어야 하고, 그녀들의 상(喪)을 멈추어야 한다”고 노래했다.

‘개복동 예술의 거리 조성위원회’ 이상훈 위원장은 “이번 전시회는 참회의 성격이 있는데, 낙후한 지역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빈 점포에서 행사를 연다”며 “지역주민들이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와 아픔을 벗고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산 개복동 화재는 2002년 1월29일 낮 11시50분 전북 군산시 개복동 7-13 대가·아방궁 유흥주점에서 무선전화기의 전기합선으로 불이나 여자 종업원 14명과 남자 지배인 1명 등 15명이 숨진 사고다. 당시 2층 철문 계단에서 질식해 숨진 여종업원들은 사실상 감금상태에 있었고, 취업 각서와 현금보관 각서까지 쓴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을씨년스럽게 변한 이곳 일대에 2008년부터 이상훈씨 등 예술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점포를 임대해 입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예술인 20여명이 둥지를 틀어 작업실 16곳과 전시공간 6곳이 있다. 2008년 9월에는 한국미술협회 군산지부 소속 회원 40명이 전시회를 열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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