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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자전거길에 망가지는 ‘철새천국 공릉천’

등록 2009-12-13 19:42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공릉천 둔치에서 11일 자전거도로 건설을 위한 터다지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와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공릉천에 자전거도로를 만들면서 수변공간이 훼손돼 새들의 삶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공릉천 둔치에서 11일 자전거도로 건설을 위한 터다지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와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공릉천에 자전거도로를 만들면서 수변공간이 훼손돼 새들의 삶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파주·고양, 제방 아닌 둔치에 마구잡이 공사
환경단체 “멸종위기종 서식 생태보고 파괴”
“보세요. 한 마리도 없잖아요. 작년 이맘때만 해도 황오리,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떼가 수백마리씩 가득했는데….” 11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공릉천 공사현장을 찾은 파주환경운동연합 이현숙 의장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한강의 제1지류이며, 하류 습지가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공릉천에 중앙·지방정부들이 마구잡이로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는 바람에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자전거가 오히려 환경파괴 주범이 되고 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자전거도로를 제방 위에 설치하면 사람과 새들이 공존할 수 있는데, 굳이 하천 둔치에 설치해 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3일 국토해양부와 지방정부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국토청은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교하면 송촌리의 공릉천 상류 16㎞ 구간에 ‘공릉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고양시는 공릉천 중류 9.2㎞ 구간에 ‘공릉천 레저명소화 사업’을, 양주시는 공릉천 상류 12.1㎞ 구간에 ‘싱싱자전거도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 주체와 이름은 각각 다르지만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조성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사업이다.

고양시가 지난 2월 공릉천 레저 명소화사업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내용을 보면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자전거 쉼터, 자연학습장 등 인공 구조물은 최소화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는 너비를 최소화하고 제방길을 활용해 설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며 △부득이하게 둔치에 설치할 때는 되도록 제방 쪽에 위치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파주시와 고양시는 제방이 아닌 둔치 위에 너비 5m에 이르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들고 있어 이런 사전환경성 검토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이현숙 의장은 “환경부가 2007년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할 때 공릉천도 함께 지정하려 했으나 파주시의 반대로 포함하지 못했다”며 “하천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생태하천이라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한강·임진강 습지보존 시범사업단’의 정지웅 팀장은 “공릉천은 한강 제1지류로 우수한 습지인데,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한 지방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습지 보호지역 범위를 공릉천 하구까지 확대하고, 제방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등 통합적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태윤 고양시 건설사업소장은 “공릉천 제방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 사업비가 많이 들고, 제방 위의 차량 때문에 위험하기도 해서 협의를 거쳐 둔치에 만들기로 했다”며 “자전거도로를 최대한 제방 쪽에 붙여서 설치해 새들의 서식지가 덜 파괴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거쳐 파주시 교하로 이어지는 길이 45.7㎞의 공릉천은 하구에 넓은 습지가 형성돼 있어 철새도래지 구실을 하고 있다. ‘한강임진강 습지보존 시범사업단’이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 공릉천의 수면과 가장자리, 둔치, 배후습지(농경지)에는 천연기념물 325호 개리와 327호 원앙, 멸종 위기종인 큰기러기와 말똥가리, 물수리, 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희귀한 새들이 떼지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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