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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경찰 막아서도…팔당 농민들 ‘따로 또 같이’ 행진

등록 2009-12-21 23:00

4대강 저지 생명순례 경찰이 불허…뿔뿔이 걸어
공대위 상임위원장 유영훈씨 19일째 단식 농성
김태원(47)씨는 조상부터 대대로 팔당에서 농사를 지어온 토박이 농민이다.

그의 아버지는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1만여㎡의 농토를 1975년 댐을 짓겠다는 국가에 내줘야 했다. 김씨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아버지의 땅’에 대해 점용허가를 받아 95년부터 친환경 유기농사를 지어왔다. 아버지의 땅을 강제수용했던 국가는 이번엔 김씨에게 다시 농토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씨는 21~22일 4대강 사업의 부당성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의 당위성을 알리는 1박2일 여정의 농민순례단장을 맡아 여의도까지 평화행진을 하고 있다.

임인환(45)씨는 5년 전 두물머리에 귀농한 초보 농민이다.

임씨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 2004년 가족을 데리고 귀농해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비닐하우스와 논밭 등 1만여㎡의 농사를 짓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딸기와 양상추, 방울토마토를 재배하지만 시설비와 인건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는 “이제껏 기름진 땅을 만들고 농사짓는 법을 배웠고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다”고 말했다. 임씨도 21일 경찰의 봉쇄를 피해 팔당~여의도까지 50㎞를 홀로 걷고 있다. 김씨와 임씨는 하천부지의 점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10일 뒤면 불법 점유자가 된다.

유영훈(57)씨는 청춘을 농촌에 바친 초로의 농민운동가다.

1980년 대학을 마친 뒤 줄곧 가톨릭농민회에서 일해왔다. 그는 농업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농민이 세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농사는 혼자 지을 수가 없어요. 땅과 땅속의 미생물, 햇볕, 바람, 빗물 등 삼라만상의 협동작업으로 가능하지요. 농사 자체가 더불어 사는 삶이지요.” 유씨는 2001년 팔당생명살림 생활협동조합의 첫 이사장을 맡은 인연으로 농지 보존·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위원장을 맡아, 19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단식을 마치면 하천부지 점용허가 만료에 대한 행정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팔당농민과 소비자단체 회원 등 22명은 21일 오전 9시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생명살림을 출발해 22일 정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까지 생명순례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충직한 경찰은 2개 중대 200여명을 동원해 평화적 행진마저 막았다. 이에 따라 22명의 농민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국회로 떠났다.

팔당공대위 방춘배 사무국장은 21일 “18일 경찰이 협조를 약속했는데 20일 오전 갑자기 불허를 통보했다”며 “농민들의 평화 순례까지 막는 것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의사표현을 억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민순례단은 22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4대강 저지 범대위 등과 함께 ‘생명살림 기원제’를 열 예정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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