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풍경] ‘예술 마실’ 나누니 이웃 정이 ‘깨소금’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마을 주민들이 경로당에서 자신이 심고 싶은 작물과 과일을 종이에 직접 그리고 있다. 공동체예술집단 ‘예술인력공사’ 제공

전북 완주군 비비정마을 ‘마실마당’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주민참여로 활기 ‘쑥쑥’
화가 등 예술가 9명 협력
30일 첫 전시회도 열어

지난 7일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마을 주민 30여명이 마을 경로당에 모였다. 예술가 출신 프로그램 진행자가 주민들에게 텃밭에 심고 싶은 것을 결정하라고 했다. 그리고 방바닥에 펼쳐진 큰 종이에 자신들이 정한 작물·과일을 그리라고 했다. 70대가 넘는 노인들이 매직을 들고 배추·고추·사과·배 등을 그렸다. 일부 어른은 제법 뛰어난 솜씨로 그림을 완성했다. 노인들은 자신이 그린 것을 겸연쩍게 소개했다.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주민참여 창작문화예술 프로그램 ‘마실마당’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완주군이 농촌의 전통문화를 복원하려고 펼치는 신문화공간 조성사업의 일부이다. 이 마을은 지난해 전국의 다른 5곳과 함께 신문화공간 조성사업에 선정됐다. 2009~2011년 3년 동안 28억원을 지원받는다.

이 사업은 크게 문화예술 분야와 시설개선 분야로 나뉜다. 문화예술 분야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마실학당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화가·문인·사진가 등 9명으로 구성된 예술집단‘예술인력공사’가 이끈다.

마실학당은 지난달 21일부터 1월 중순까지 한 달간 이어졌다. 주민들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법을 배워 여태 무심코 지나쳤던 마을 풍경을 담았다. 자신의 영정사진과 친구사진도 찍었다. 또 텃밭에 자라는 채소·과일을 그리며 주민끼리 서로를 알았다.

타임캡슐도 만들었다. 하고 싶은 말과 추억의 사진을 화분에 담아 묻었다. 화분이 꽃을 피우면 자식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청국장·도토리묵·식혜 등 음식시식회도 열었다.자신있는 음식을 하나씩 선보인 것이다.

주민들은 오는 30일 오전 11시20분 삼례읍 완주문화의집에서 마실마당 전시회와 나눔잔치를 연다. 그동안 찍은 사진, 텃밭그림, 자신이 만든 요리 등을 내보인다. 자손에게 남기고 싶은 말도 영상으로 제작했다.

정도순(60) 부녀회장은 “마실마당 덕분에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 모여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시는 등 마을 분위기가 참 좋아졌다”며 “콩을 심고 꽃을 가꾸는 공동체 작업에도 서로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두(62)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위원장은 “먹고 살기가 팍팍해 이웃끼리 정을 잘 나누지 못했는데, 이 사업이 시작되면서 음식을 나누고 서로 다독이며 훨씬 친밀해졌다”고 전했다.

시설개선 분야에서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져 방치된 양수장 등지 건물을 문화갤러리와 레스토랑 등으로 개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