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공무원들에게 자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 이수미(웬티두인·왼쪽)씨와 중국 출신 장리주안씨.
이수미씨, 경북도청 외국어 교육…중국서 온 장리주안씨도
“신짜오, 한안뚜옥 갑 안.”(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4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6층 휴게실에 난데없이 베트남어가 들리더니 잇따라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경북도의 ‘결혼이민여성에게 배우는 외국어 교실’ 수업 모습이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 이수미(24·웬티두인)씨가 1일부터 경북도 공무원 8명을 대상으로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 두차례 오후 5시부터 한시 간씩 수업을 한다. 수업시간의 70%는 해당 외국어를 배우고 나머지 시간은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이해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씨는 2005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에 와 경북 경산시에 정착했다. 자신의 일을 찾고 싶어 휴대폰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11월 몽골·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 2명과 함께 경북도 행정인턴으로 뽑혔다. 당시 결혼이민여성으로 행정인턴 공무원이 된 첫 사례여서 관심을 모았다. 이씨는 그동안 경북도 여성가족과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업무를 맡다가 도의 제안으로 공무원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게 됐다. 이씨는 “가르치는 일이 처음이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며 “공무원들이 몇마디라도 베트남어를 하게 된다면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과 더 친근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생인 경북도 친환경농업과 이진영씨는 “우리 농촌에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고 있어 공무원들에게 제3세계 언어도 필요하다”며 “처음 배우는 베트남어가 너무 재미있다”며 밝게 웃었다. 이씨의 수업에 앞서 4시부터는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 행정인턴 장리주안(30·경산시)씨가 중국어를 가르친다. 38명이나 몰려 두 반으로 나눈 이 수업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날마다 진행된다. 2001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왔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 정착한 장씨는 한국어도 능통해 행정인턴 채용 뒤 경북도 국제통상과에서 통·번역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장씨는 최근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해 4급 자격증도 땄다. 그는 “중국말을 한국 공무원들이 열심히 배우는 것이 반가워 책도 보고 자료도 찾으면서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 박동희 여성가족과장은 “공무원들이 결혼이민여성에게 외국어를 배우고 그들의 생활과 어려움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다문화 사회의 이해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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