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시계방향으로) 제주도는 2005년 전봇대를 세우다 우연히 발견된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한 용천동굴에 대해 지난해 종합학술조사를 벌여 10일 결과를 발표했다. ① 용천동굴 내부 호수를 조사단이 돌아보고 있다. ② 호수에서 발견된 토기. ③ 동굴 안에서 발견된 돌탑. ④ 동굴 안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추정 토기. 제주/연합뉴스
제주박물관, 8세기 추정 항아리·철기 등 수습
벽면엔 글자모양 흔적…호수선 숯·조개류도
벽면엔 글자모양 흔적…호수선 숯·조개류도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 제466호인 제주시 구좌읍 용천동굴에서 토기와 철기, 철편 등 8세기 통일신라시대 유물이 무더기 발견됐다.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권상열)은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동안 용천동굴에서 고고유물 수습조사를 벌인 결과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장군, 대부병, 인화문장동호 등 토기 22점과 막대 모양의 철기 1점, 철도자(손칼) 1점, 철편 2점 등을 발견해 수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와 함께 동굴 내 호수와 가지굴을 뺀 2376m 구간 28개 지점에서 전복과 삿갓조개 등이 발견됐고, 제주에서 나지 않는 꼬막류 1점도 확인됐다.
동굴 벽면 38개 지점에서는 글자 모양, 긁은 자국, 각종 무늬 등 손이나 나뭇가지, 숯, 갈고리 등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발견됐다. 또 동방문화재연구원(이사장 안희균)은 국립박물관과 같은 시기에 실시한 ‘용천동굴 내 호수 수중조사’ 결과 온전한 형태의 토기 8점과 동물뼈 2개체분, 철기 1점과 대량의 목재가 분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높이 30㎝의 토기 항아리와 27.8㎝의 토기병은 거의 완전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토기는 목재더미와 함께 분포돼 표면에 드러난 것만 확인한 것이라고 연구원 쪽은 밝혔다. 동굴은 양쪽으로 막혀 있고, 2005년 용천동굴 발견 당시 호수 길이가 200m로 추정됐으나, 이번 조사 결과 800m로 확인됐으며 수심은 8~13m, 최대 너비는 20m로 조사됐다.
국립제주박물관 쪽은 동굴 내부에서 발견된 토기 등의 기종과 특징, 문양, 제작기법 등을 토대로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유물로 추정했다. 또 박물관 쪽은 조개류와 목재 등 자연유물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 결과 숯은 서기 420~820년, 조개류는 240~440년, 나무는 570~780년으로 나타나 토기가 유입되기 전에 사람이 출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권상렬 국립제주박물관장은 “이번 발견된 유물들로 미뤄 8세기를 전후해 용천동굴에 사람이 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출토유물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당시 제주와 한반도 남부와의 교류를 추정할 수 있지만 토기의 형식과 산지에 대해서는 한반도 남부의 관련 유적 자료를 비교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권 관장은 “제주지역에서 통일신라시대 토기가 제주시 용담동 제사유적, 고내리유적 등에서 10여점의 토기가 출토됐다”며 “그러나 용천동굴에서는 22점이 나와 단일 유적으로는 제주도에서 최고”라고 덧붙였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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