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하늘초등교, 골프연습장 ‘먹구름’
서울YMCA가 담장 옆에 조성…학부모 반발
아름드리 나무 베어지고 소음
아름드리 나무 베어지고 소음
전교생 622명. 학교 주변에 작은 숲이 있어 사계절 푸르름을 볼 수 있는 일산신도시의 아담한 학교인 하늘초등학교. 서울YMCA(기독교청년회)가 이 학교 담장 너머에 30~40년생 아름드리 나무 수백 그루를 잘라내고 골프연습장을 만들고 있어 학부모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16일 하늘초등학교와 고양시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YMCA는 일산동구 풍동 12만5895㎡에서 수익사업으로 골프연습장과 9홀 규모의 파3 미니골프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골프연습장의 일부 부지가 도로에 편입되면서 고양시로부터 시설변경 허가를 받아 지난달부터 골프연습장 이전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골프연습장은 지상 4층, 지하 1층, 연면적 1만699㎡로 타석거리 250m 규모다. 이 골프장 일대의 부지는 1977년 언론인인 유광렬씨가 YMCA에 기부한 것이며, 1999년 청소년 시설로 등록됐다. 부지 안에는 골프장 외에 청소년 수련관과 다른 운동시설이 있다.
그런데 새로 지어지는 골프연습장이 하늘초등학교 운동장과 불과 1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소음과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시민단체인 YMCA가 아이들의 학습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만을 위해 골프장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훼손된 숲을 복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학교에 2·3학년 자녀 2명을 보내고 있는 허명희(40)씨는 “주변에 아름다운 숲이 있고 교육환경이 좋아 이 곳으로 이사했는데 한 순간에 황폐해져 너무 화가 난다”며 “유해시설은 물론 상점이나 전자오락실 하나 없는 학교 주변에 골프연습장을 짓겠다는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안경수 하늘초등학교 교감도 “2007년 9월 개교한 지 1년 뒤 고양시가 학교와 한마디 협의 없이 골프연습장 설립을 허가해줬다”며 “골프연습장을 짓기 위해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발상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최창의 경기도 교육위원도 “서울YMCA의 부지에 골프연습장이 아니라, 청소년 수련·숙박 시설을 지으면 YMCA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상애 시 교육지원과장은 “골프연습장이 청소년시설의 일부로 학교 정화구역내 금지시설이 아니며, 요건을 갖추면 건축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덕 서울YMCA 사회체육국장은 지난 11일 고양시와 서울YMCA,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한 공청회에서 “현재 고양시에 400여명의 골프 꿈나무들이 있는데 연습할 공간이 없어 YMCA가 나서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소음·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한겨레> 기자와의 인터뷰는 거절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