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징계받은 간부들 줄줄이 승진시켜
대구시교육청의 교육장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달 말 대구 달성교육장으로 발령난 김아무개씨는 교장 8년을 끝낸 뒤 정년퇴직 1년을 앞두고 교육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들은 “퇴임이 임박한 간부 직원이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부교육장으로 발령난 이아무개씨도 중학교 교장에서 자리를 옮겨 대단한 영전이라고 직원들이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시교육청 인사 관행을 살펴보면, 교육청 본청 과장이나 지역교육청 국장, 고교 교장 등이 교육장을 맡아 중학교 교장에서 교육장으로 발령이 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교육장은 특히 시교육청 인사 담당 장학관으로 재임하던 2007년 감사원 감사에서 견책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은 교육청 간부의 며느리를 사립학교 교사로 특채한 뒤 바로 공립학교로 발령을 낸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직원들을 징계했다. 이 교육장과 함께 당시 시교육청 중등과장으로 재임하던 이아무개씨도 징계를 받았지만 고교 교장을 거쳐 교육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달 퇴직했다.
지난해 3월 인사 이동 때도 징계를 받은 간부 직원들이 승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08년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초등생 성폭력사건 때 관리 부실로 경고 조치를 받았던 김아무개 시교육청 초등과장은 교육연수원 부장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6개월 만에 대구 동부교육장에 임명됐다. 경고보다 더 중한 주의 조치를 받은 서부교육청 양아무개 국장도 지난해 3월 서부교육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 직원들은 “징계를 받은 간부 직원이 곧바로 승진하는 등 인사가 공정성을 잃게 되면 신뢰가 무너지고, 신뢰가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징계를 받지 않으면 교육장이 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돌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런 ‘이상한 인사’에 부정과 비리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걸우 대구시 교육감 권한대행은 “일부 간부 직원들이 징계를 받은 사실을 알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여론을 들은 뒤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을 보고 교육장으로 발령을 낸 발탁 인사”라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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