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말하기 쉽지 않아” 적은 예산 큰 호응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이진철(49)씨는 3년 전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딸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데, 이혼했을 당시 딸은 “가끔 꼭 필요한 게 있으니 이유는 묻지 말고 용돈을 달라”고 했다. “어디에 쓰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씨는 “한참이 지난 뒤 딸이 생리용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구에 살고 있는 우아무개(41)씨도 5년 전 이혼한 뒤,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우씨는 “아이가 생리를 하게 된 것을 알고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딸아이가 엄마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아이 이름으로 구청에서 택배가 왔다. 생리용품이었다. 우씨는 “구청에서 이런 일까지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편부 가정에 생리용품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모두 80곳의 가정이다. 해마다 네번씩, 석달 동안 쓸 수 있는 양을 보내준다. 예산도 1년에 720만원으로 크게 들지 않는다. 이정갑 송파구 여성가족과장은 “가족이라고 해도 딸이 생리용품에 대해 아버지에게 말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생각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주민 만족도도 높아 다른 자치구에도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또 오는 4월부터 요리에 어려움을 겪는 편부 가정을 위해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자녀 교육 상담과 양육 스트레스 검사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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