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서울시의 ‘장애인 체험홈’에서 체험홈 코디네이터 김설(오른쪽에서 두번째)씨가 이곳에 살고 있는 최유리, 정은숙, 한지수(왼쪽부터)씨에게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신대방 등서 프로그램
‘완전한 독립’ 꿈 키워가며
“영화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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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오피스텔. 유리창 너머로 서울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17층에서 ‘독립을 꿈꾸는 여자’ 세 명이 알콩달콩 살고 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은 10여년간 경기도 광주의 한 보호시설에서 살다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세상 한가운데로 나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7일 오전 이들이 사는 집을 찾았을 때, 삼육재활센터의 김설 코디네이터와 세 여성들은 간식용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싱크대 앞에 선 최유리(23·지체6급)씨가 오이를 가지런히 썰었다. 김설씨는 “유리씨가 처음엔 가스레인지 켜는 것도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라면도 끓여먹고 칼질도 잘 한다”고 칭찬했다.
싱크대 뒤 테이블에선 함께 사는 정은숙(23·지체1급)씨와 한지수(21·뇌병변2급)씨가 힘겨운 손놀림으로 삶은 달걀 껍질을 까고 있었다. 정씨는 “때가 되면 누군가가 알아서 밥을 갖다주는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처음엔 혼자 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알아서 잘 챙겨 먹는다”고 했다.
보통 10여년 이상 보호시설에서 살아온 장애인들은 항상 정해진 일정대로 생활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곤 한다. 최씨 등 3명의 여성은 서울시가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일정기간 자립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애인 체험홈’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음식 만들기, 청소하기, 대중교통 타기, 동사무소 가기 등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배운다. 이날 오전에는 오피스텔 관리자에게 보일러 작동법도 배웠다.
단체생활에서 벗어나니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배우가 꿈인 한씨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드라마나 영화, 책을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외곽이 아닌 서울시내에 사는 것도 이들에게는 상상하지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초엔 셋이 함께 근처 영화관에서 <아바타>를 봤다. 정씨는 “보호시설에 살 때는 1년에 1번씩 친구들을 봤지만 지금은 1달에 1번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이 곳 말고도 관악구 봉천동, 성북구 돈암동에 있는 서울시 운영 ‘장애인 체험홈’에서 6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거주 기간은 6개월~1년이다. 이들은 이 기간에 자립생활을 배우면서 ‘완전한 독립’을 꿈꾼다. 지금은 모두 기초생활보장금과 장애수당을 받고 지내지만, 빨리 직업을 구해 진짜 자신들의 둥지를 만들어 떠나야 한다.
한영희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은 “자립의지가 있는 장애인들이 많아 올해 안에 체험홈 12곳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며 “체험홈을 통해 장애인들이 고립되지 않고 지역 공동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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