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대형 판매시설 앞 출입문이 의류판매장으로 둔갑됐다. 이곳은 건축법 등에 규정된 ‘공개공지’로 나무를 심고, 긴의자, 퍼걸러(그늘시렁), 시계탑, 분수 등을 설치해 오가는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쉼터로 만들어야 한다.
대형매장 단속해도 ‘도루묵’
7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에 자리잡은 연면적 2만5000㎡를 웃도는 대형 판매시설의 출입문 앞은 온통 의류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나무를 심고, 긴의자와 시계탑, 분수 등을 만들어 오가는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공간인 ‘공개공지’다.
공개공지는 건축법과 대구시 건축조례 등에 따라 연면적 5000㎡가 넘는 대형 건축물이 들어설 때 전체 면적의 5% 이상을 휴식공간으로 마련해야 하는 곳이다. 1999년에 지어진 이 판매시설은 출입문 앞 258㎡를 공개공지로 활용하겠다는 조건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의류매장으로 둔갑됐다.
표지판마저 눈에 띄지 않아 이 매장을 찾는 시민들 대부분이 이곳에 매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이 매장에서 10여m 떨어진 한 백화점에서도 공개공지인 출입문 앞에 판매할 옷을 내걸어 놨다.
지난해 말 대구경실련이 조사를 해보니, 1991년 이후 신축해 공개공지를 마련해야 하는 연면적 5000㎡ 이상 대형 건축물 71곳 가운데 20곳이 공개공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8곳은 공개공지를 여기저기에 나눠 만들어 놔 형식적인 요건만 갖춘 것으로 조사됐으며, 66곳은 공개공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구시는 올해 들어 집중적인 단속을 펴 4~5곳을 빼고는 대부분 공개공지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판매시설에서는 단속이 끝나면 곧바로 휴식공간인 공개공지 안에 간이판매대 등을 만들어 옷가지 등을 전시하기 때문에 단속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 우동욱 건축계장은 “시정 지시를 한 뒤 돌아서면 공개공지에 옷가지 등을 내걸어 반복적인 단속을 펼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시는 9일께 구청 건축과장 회의를 열어 공개공지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는 앞으로 적발되는 판매시설은 시정 지시 없이 바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한 단속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경실련은 강력한 단속과 함께 공개공지를 잘 조성해 놓은 건축주에게는 표창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개공지에 시민들의 쉼터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고, 공개공지의 위치, 면적, 시설 등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시민들의 감시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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