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위반사례 60여건 인권위에 진정
“대구시내 금융기관과 보험회사 어디를 찾아가 봐도 장애인들에게 보험을 들어주는 곳은 없습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조은영씨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안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 등 대구 지역 장애인 20여명과 시민단체 회원 등 50여명은 12일 대구 도심지 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에서 장애인들이 당한 구체적인 인권 차별 사례를 공개한 뒤 진정서 60여건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2년을 맞았지만 정부와 대구시가 법을 지킬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휠체어에 의지해 온 뇌병변 장애인 최아무개씨는 인권위에 접수한 진정서에서 “오랫동안 저상버스를 기다린 뒤 버스가 도착했지만 휠체어를 타고 오르는 저상버스 판이 내려오지 않아 버스가 그냥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3급인 강아무개씨는 “장애인고용촉진단을 통해 반지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지만 날마다 화장실 청소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는 “이곳에서 두 달 동안 일했지만 20만원밖에 받지 못했으며, 9개월치 월급은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사장이 달아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참석한 장애인들은 또 “대구에서 장애인들이 취직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없다며 휴대폰 기기를 변경해주지 않았다”라거나 “성인이지만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부모님을 모셔와야 한다고 해서 결국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구 지역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 등 30여 곳은 ‘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상임공동대표 박명애, 박경자, 박광배, 백배일, 정용태) 를 꾸리고, 장애인의 날인 20일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정했다. 투쟁연대는 대구시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체계적인 홍보를 강화하고, 장애인이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고 보고 대구시가 실현 가능한 조례를 정하고 장애인 차별과 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장애인인권센터의 설립을 제안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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