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성 인사로 스트레스…퇴출 압박 시달려
“10년 이상 근무한 기관사에게 하루아침에 지하철역에서 홍보물 부착하는 일을 맡깁니다. 이곳 직원들은 ‘퇴출 대상자’라는 모멸감을 뒤집어쓰며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의 노동조합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사내 ‘5678서비스단’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서비스단 직원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5678서비스단’ 직원 29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척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우울지수가 17.34였다. 이는 호텔·오락시설 노동자(12.71), 간호사(11.37), 증권노동자(9.12) 등 다른 직업군보다 높은 수치다. 또 29명 중 16명이 즉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설명을 들어보면, ‘5678서비스단’은 서울도시철도가 지난 2008년 11월 지하철역 내 질서 유지나 안전 점검 등 잔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 조직을 통폐합해 만들었다. 고령자나 징계를 받은 사람뿐 아니라 입사 2년차 직원도 부서 막내라는 이유로 포함됐다. ‘5678서비스단’은 직원들 사이에서 ‘강제퇴출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기관사 등 전문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이들 가운데는 하루아침에 단순업무를 맡게 돼 수치심, 따돌림 등을 겪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 129명으로 시작한 이 조직은 7개월 만에 절반에 가까운 55명이 퇴직했다.
법원도 이 ‘5678서비스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곳으로 발령받은 김아무개(39)씨 등 10명은 지난해 10월 회사를 상대로 인사명령무효확인소송을 냈고 서울 동부지법은 “회사가 갖는 인사권의 재량을 넘어섰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허인 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은 “동종업체인 서울메트로도 비슷한 조직을 만들었다가 폐지했다”며 “회사는 편법적인 강제퇴출 시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