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건축에 참여했던 건축가 김원씨가 공개한 종묘~남산 일대 단면도. 세운상가가 들어섰을 당시에는 종묘와 남산의 경관이 살아 있지만(위), 서울시와 에스에이치공사의 계획대로 이 일대가 정비되면 종묘와 남산의 경관이 고층건물에 가로막히게 된다.(아래) 광장건축 제공
서울시, 옛 세운상가터에 초고층빌딩 건축 계획
종묘-남산 경관 가리게돼…11일 문화재위 재심
종묘-남산 경관 가리게돼…11일 문화재위 재심
서울 종묘 앞 옛 세운상가 터에 고층 빌딩을 지으려는 서울시와 에스에이치(SH)공사의 재개발 사업안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재심의가 12일 예정된 가운데, 시와 공사의 계획대로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종묘와 남산의 경관이 고층건물군에 가로막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축가 김원 광장건축 대표는 11일, 에스에이치공사가 지난달 14일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안을 토대로 작성한 북악산~종묘~남산에 이르는 단면도를 공개했다. 이 단면도를 보면, 종묘에서 남산 쪽을 바라볼 때 보이는 경관과 남산에서 종묘를 내려다보는 경관이 모두 고층빌딩에 가로막히게 된다. 김 대표는 “지금 에스에이치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옛 세운상가 쪽 건축물의 높이를 대폭 낮추지 않으면 건물에 경관이 가리게 돼, 종묘에서 남산이 보이지 않고 남산에서도 종묘가 내려다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에스에이치공사 쪽은 지난해 9월 문화재위에 36층 122m 높이의 초고층건물 건설안을 처음으로 올린 뒤 문화재위의 경관 보완 요구를 받았다. 그 뒤 높이를 110m, 106m, 99m로 낮춘 수정안을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제출했으나 모두 보류됐다. 지난달 14일에는 종묘에서 가장 가까운 종로변에는 13층(55m) 건물을 짓고, 청계천 쪽으로 갈수록 18층(77.9m), 25층(87.4m) 등으로 높아지는 7개 동의 주상복합단지 건설 계획안을 냈지만, 문화재위는 종묘 경관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옛 세운상가 건축 때 작성한 단면도도 함께 공개했다. 이를 보면, 종묘에서 남산, 남산에서 종묘의 경관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세운상가를 건축한 건축가 김수근의 건축연구소에서 세운상가를 설계한 1965년부터 완공한 이듬해인 1968년까지 세운상가 건설팀에 있었다. 그는 “세운상가를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이 바로 종묘와 남산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경동 에스에이치공사 도시재생본부장은 “사업을 진행하려면 문화재위의 권고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40년 이상 된 건물들로 낙후된 지역을 정비해야 하고 이에 따른 사업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일정 정도 이상 높이의 고층건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흉물스러운 다리가 놓이면서 자연경관이 훼손돼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된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처럼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도 고층건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며 “고층건물 신축을 지지하는 일부 문화재위원들과 공개적인 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