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계진 후보 제안…‘방송 중립성 훼손’ 비판에 철회
○…윤세영 <에스비에스>(SBS) 회장이 이계진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의 후원회장직을 수락한 일로 ‘선거 국면에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란을 우려한 이 후보는 최근 윤 회장의 후원회장직 영입을 철회했다.
이 후보 캠프는 지난 6일 선거사무소 개소 전후로 윤 회장의 후원회장 영입을 시도해왔다. 윤 회장은 강원도 철원 출신으로, 이 후보와는 오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KBS) 출신인 이 후보는 1992년 에스비에스로 옮겨 프리랜서로 전환한 94년까지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 후보는 13일 <한겨레>와 만나 “윤 회장께 후원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면서도 “민주당에서 문제 삼고, 그 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최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캠프 관계자도 “윤 회장이 구두상으로 흔쾌히 승낙했는데, 언론에 계신 분이라 나중에 우리가 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대신 이연숙 전 정무장관(전 한나라당 의원)이 후원회장을 맡아주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민주당 후보는 “우리는 윤 회장 영입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도 “신중한 윤 회장이 그걸(후원회장 역할)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영입 시도는 ‘불발’로 끝났으나, 거대 지상파방송사 소유주가 선거 시기에 특정 정당 후보의 후원회장직을 수락한 데 따른 비판만큼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비록 철회했을지라도 윤 회장이 후원회장직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의 태도가 방송 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영입 철회는 이계진 후보조차 부적절한 요청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스비에스와 ‘민영방송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강원민방>(GTB)의 박기병 전 사장은 이 후보 캠프에 선대본부장으로 영입됐다. 박 전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광재 후보를 겨냥해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을 겪었는데, 또 다시 좌파정권에서 몸담고 있던 분이 강원도지사로 나오니까 걱정이 돼 캠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회견 이후 기자들 사이에선 “언론인 출신이 정책으로 평가하지 않고 좌파정권 운운하는 것이 합당한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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