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서 반발 농심 확인…농식품부 대책 부심
농업정책은 경제논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경제적 산술 이상으로 농민들과의 소통, 그리고 농촌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과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여당의 지방선거 완패는 정부 농정의 2대 현안인 농협법 개정과 쌀 조기관세화 추진의 전망을 흐리게 한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올라간 농협법 개정안을 올 4월에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며 “다만 정부와 농협 간에 이견이 없기 때문에 6월 중 새로 구성될 상임위에서는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협 쪽도 “올해 안에는 꼭 통과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를 은행업무를 보는 신용부문과 유통사업을 하는 경제부문으로 분리하는 내용이 뼈대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와 농협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개정안 추진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3개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 등 각양각색의 3개 의원입법안(민주노동당 강기갑, 민주당 김영록·김춘진)이 정부 및 농협안과 별개로 제출돼 있는 상태다. 농협의 보험업 진출을 반대하는 보험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승리에 고무된 야당 의원들을 완전히 설득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정부의 소통 능력에 회의를 표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장 장관은 “이제는 한 명의 의원이라도 거부하면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죽을 각오로 한 명 한 명 의원들을 이해시키면 일을 이룰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농민연합이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쌀 조기 관세화도 앞길이 험난하다. 농민연합은 10일로 예정된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 입장을 강력하게 반박하고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농민연합의 핵심 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경남 6명, 광주전남 3명, 충북 2명 등 모두 11명의 광역 및 기초 의원을 이번 선거에서 당선시키면서 한껏 고무돼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도 5명의 지방의원을 탄생시켰다.
지방선거 이전만 해도, 쌀 조기 관세화를 위해 최대한 농민단체를 설득하되 일부의 반대를 무릅쓸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공공연한 입장이었다. 현 정부 들어 농식품부는 전농 같은 강경 농민단체들과의 대화를 사실상 중단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도 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이 ‘완력’을 계속 행사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내년 관세화를 위해서는 9월 말 이전까지 정치권 설득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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