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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환상조망 뽐내던 ‘빈자의 둥지’ 역사속으로

등록 2010-06-06 19:36수정 2010-06-06 22:01

1969년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시장 시절 세워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아파트 앞 공터에서 지난 4일 오후 한 주민이 빨래를 널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1969년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시장 시절 세워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아파트 앞 공터에서 지난 4일 오후 한 주민이 빨래를 널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철거 앞둔 서울 금화아파트
1969년에 지은 첫 시민아파트…203m 산자락, 청와대 발아래
뉴타운지구·‘재난위험’ 지정돼…‘마지막’ 담는 발길 이어져
맑고 무더운 날이었다. 뜨거운 햇살이 온 땅을 뒤덮어, 콘크리트 바닥은 열기를 토해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아파트 위로는 6월의 햇살이 뜨겁게 내려앉았다.

온 마을을 집어 삼킬 듯, 거대한 몸집으로 우뚝 솟아 있는 금화아파트는 1969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원조 불도저’ 김현옥 서울시장이 세운 첫 시민아파트다. 도시 빈민층을 수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규모 단지로 조성됐다. 1~4동 등 네 개 동으로 지어졌지만, 80년대를 지나면서 1·2 동이 철거됐고 지금은 3·4동(69세대) 두 동만 남아 있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땅의 해발고도는 203m이다. 아파트 마당에 올라서면 서울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빼어난 경관으로,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거주 여건이 훌륭한 아파트로 평이 좋았다. 60년대 이런 고지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2003년 펴낸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한 서울시 간부가 ‘공사도 어렵고 입주자들도 고생할텐데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아파트를 지어야 합니까’라고 질문하자 김현옥 시장은 ‘높은 데 지어야 청와대에서 잘 보일 게 아니냐’고 대답했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고지대에 지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곳에서는 남산을 비롯해, 서울 북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그리고 그 아래로 앞질러 달려나온 북악산 자락 아래의 청와대가 눈에 들어온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현재 곳곳에 금이 가 있고, 외벽이 떨어져 나가 철골 구조물이 드러나 있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2007년 7월 건물 안전 검사에서 최악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서대문구청은 ‘재난위험시설 지정 안내문’에서 “건물이 노후됐고, 단면 곳곳이 부서져 나가 안전성에 위험이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이주해 달라”고 입주민들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5~6가구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주민 손아무개(54)씨는 “보기에 위험해 보이지만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어 지금까지 살고 있다”며 “조만간 이사를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40여년이라는 세월의 켜를 고스란히 짊어진 첫 시민아파트 금화아파트는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가 포함된 북아현동 170번지 일대는 2005년 뉴타운 개발지구로 지정돼 아파트는 2011년까지 철거되고, 이 자리에는 공원이 들어선다. 이런 이유로 금화아파트에는 그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기를 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날 이 곳에서 만난 한태연(38)씨는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가 서울에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진으로라도 이 모습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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