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허용 뒤 처음…경찰 “신고지역 벗어나” 시민단체 “야간집회 무력화 의도”
지난 1일부터 해가 진 뒤에도 집회가 허용된 가운데 경찰이 야간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 대표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음으로 수사하고 나섰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22일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최수영 공동집행위원장한테 30일 오후 2시까지 경찰에 나와 달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쪽이 지난 17일 저녁 7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문수 스님을 추모하는 문화제를 집회신고서에 적은 인도에서 하지 않고 도로에서 연 것은 집시법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주최 쪽이 도로 옆 왕복 2차로 양방향을 차량으로 막은 것은 교통 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부산진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공터에서 집회를 열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주말에 많은 차량이 드나드는 도심의 도로에서 집회를 연 것은 법 테두리를 벗어난 것으로 본다”며 “출석요구서를 세 차례 보내 응하지 않으면 검찰의 지휘를 받아서 체포영장 발부 등 형사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최 쪽은 경찰이 야간집회가 허용된 뒤 잇따르고 있는 야간집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억지수사를 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4대강 사업 낙동강 함안보 공사 현장의 30m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중인 최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300~4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인도에서 집회를 열면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고 생각해서 도로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경찰이 야간집회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날 경찰이 도로에서 집회를 열도록 교통통제까지 했으며, 집회를 연 왕복 2차로 도로는 평소 공사 때문에 1차로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경찰이 정치적 의도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여야는 국회에서 야간집회 금지 시간을 따로 정하려고 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야간집회는 신고만 하면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언제든지 열 수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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