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협의회 3년넘게 ‘개점휴업’
부산시가 낙동강 하구의 막개발을 견제하고 보존하기 위해 만든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2일 “2001년 6월 낙동강 하구 보전·관리 조례 제정에 따라 발족한 낙동강 하구 관리협의회 회의가 2007년 2월 열린 뒤 지금까지 3년6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낙동강 하구 보전·관리 조례를 위반한 것이다. 조례 9조에는 ‘하구 관리에 필요한 의견 청취 등을 위해 전문가·시민단체·지역주민대표·공무원 등 20명 미만의 위원으로 구성된 낙동강 하구 관리협의회를 둘 수 있고 분기마다 회의를 열도록 한다’고 돼 있다. ‘하구와 관련된 사업과 계획은 입안 단계에서부터 집행과 사후관리까지 시민·전문가·시민단체의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한 조례 5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4월 시가 문화재청에 요구한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이 꼽힌다. 낙동강 하구 문화재 보호구역의 건축 허가 권한이 문화재청에서 44년 만에 시로 넘어가면 낙동강 하구 주변에 건축이 한결 수월해져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의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인데도 시는 현상변경 신청을 하기 전에 시민·환경단체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
시는 조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환경단체의 ‘반대를 위한 반대’ 때문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리협의회가 3년6개월 동안 열리지 않는 것은 2007년 2월 18명의 관리협의회 위원 가운데 환경단체 대표 6명이 협의회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고 일방적으로 사퇴했기 때문”이라며 관리협의회의 부실 운영에 대한 책임을 환경단체로 돌렸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2007년 2월 환경단체 대표들이 관리협의회를 사퇴한 뒤에 시가 이들을 설득하거나 다른 환경단체 대표를 위원으로 위촉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시의 낙동강 하구 보전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관리협의회의 구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성근 전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가 낙동강 하구를 진정으로 보전하려는 뜻이 있다면 관리협의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실제 정책 결정에 반영하도록 관리협의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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