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수사권이 없는 경찰은 한국 뿐입니다.”
요즘 경북경찰청 조두원 수사과장에게 손전화를 걸면 수신음 대신 이런 익살맞은 내용의 컬러링이 들려온다. 김수희 강력계장의 컬러링은 더 거창해서 “수사권 독립은 깨끗한 대한민국 건설의 첫걸음입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그가 전화를 걸면 수신자의 손전화에는 김 계장의 전화번호 대신 “수사권은 경찰에게” 라는 구호까지 찍힌다.
최근 검·경의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경찰은 식민수탈도구”, “검찰 독재국가” 등 원색비난으로 치닫는 가운데 경북경찰청의 손전화를 이용한 조용한 홍보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북경찰청에서 유행처럼 수사권 독립 컬러링이 시작된 것은 지난 6월초부터다. 포항 북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이 이 컬러링을 채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방청 참모회의에서 이를 직원들에게 권장키로 했고, 경북도내 경찰관들이 너나 없이 컬러링을 바꾸기 시작했다. 현재는 경북지방경찰청 내 대다수의 직원들과 상당수의 일선 시·군 경찰관들이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컬러링과 문자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류상열 홍보관은 “국민에게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정당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컬러링을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의 주장을 알려나갈 수 있는 더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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