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 든 정부, 새달 1일 안정책 발표도 ‘뾰족수’ 없을듯
“추석전 물량 밀어내 화 키워” 근시안적 대처 입길올라
“추석전 물량 밀어내 화 키워” 근시안적 대처 입길올라
‘1만5천원 배추 폭탄’에 정부가 두 손을 들었다. 다음달 1일 내놓겠다는 채소 값 안정 대책에도 폭등세를 누그러뜨릴 알맹이가 담길 것 같지 않다. 10월 하순 이후 김장 배추 출하를 기다리고 있으나, 그마저도 작황이 예전만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도 불안 10월 중·하순까지 배추와 무를 출하하는 강원 고랭지에도 예외없이 폭염과 잦은 강우가 변덕을 부렸다. 배추 속이 제대로 차지 못하고, 습한 날씨에 속썩음병(일명 ‘무름병’)과 무사마귀병이 번졌다. 평년 같으면 200평에서 5t 트럭 1대 물량의 배추를 거뒀으나, 올해엔 500평으로도 5t 트럭을 채우기 어렵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상품성 있는 배추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7일 10㎏당 3만5천원대로 폭등했던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경매 낙찰가격은 29일 2만4원대로 이틀 연속 떨어졌다. 이날 반입량은 445t으로, 지난해 같은 무렵 1200t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했다. 무는 이날도 18㎏당 3만4897원으로 소폭 오름세를 이어갔다.
10월 중·하순까지 배추 물량을 대는 강원지역의 올해 고랭지 농사는 사실상 끝났다. 충청·전라지역의 ‘가을 김장 배추’가 나오는 10월 하순 이전에 물량을 늘릴 방도는 없다. 강원지역 배추가 10월 중순 이전에 동이 날 가능성이 크다. 이원영 농수산물유통공사 유통조사팀 차장은 “품질을 살필 겨를 없이 되는대로 앞당겨 거두고 있기 때문에, 가을 배추가 출하되기 전에 배추·무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두 손 든 정부 농림수산식품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곤 김장 배추의 생산 증대를 위해 배추 영양제를 공급한다는 게 고작이다. 그러면서 내년 1월께 출하될 월동 배추의 계약재배 물량 확대에 나섰다. 김장 배추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 월동 배추 물량을 12월로 앞당겨 내놓겠다는 거다. 나중에 나올 물량을 앞당겨 내놓아 모자라는 공급분을 채우겠다는 ‘임기응변식 대응’이다. 추석 이전 물가 상승을 억누른다며 ‘물량 밀어내기’를 독촉했던 농림부 쪽의 근시안적 대처가 입길에 오르는 이유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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