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발암물질설 ‘조작’ 파문
엉뚱한 논문 왜곡인용
저자 “유기농과 무관”
엉뚱한 논문 왜곡인용
저자 “유기농과 무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고 홍보한 근거라며 경기도가 제시한 연구논문이 유기농업과는 무관한 연구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해 팔당 유기농단지 철거를 강행하려고 ‘발암물질 생성설’을 꾸며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재연 경기도의원(진보신당)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기도가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라고 제시한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유기농지를 특정해 직접 조사 연구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9일 경기도의회 정례회의에서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시킨다는 “증거가 있다”며, 그 근거로 충북 보건환경연구원이 2009년 펴낸 논문 ‘염소 소독 때 발생되는 트리할로메탄(THMs)의 생성 특성에 관한 연구’ 등을 제시했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트리할로메탄은 물에 있는 유기물질과 정수용 염소가 서로 반응해 생성되는 발암성 물질이다.
하지만 이 논문의 핵심 내용은 “마을 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에서 염소 투입량이 과도하면 트리할로메탄이 기준치 이상으로 생성될 수 있으므로, 소독을 위해 적정량의 염소가 투입돼야 함을 밝힌 것”이라고 충북 보건환경연구원은 밝혔다. 논문을 쓴 송영상 박사도 “유기농 퇴비가 정수 과정에서 발암물질을 생성시킨다는 주장은 논문의 내용이나 목적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내놓은 또다른 논문들도 유기농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연구들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경기도가 유기농단지 철거를 위해 엉뚱한 논문을 끌어들여 유기농업을 비난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스위스 유기농업연구소장인 우르스 니글리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아이폼) 세계이사는 지난달 26일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열린 아이폼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으로 500여편의 유기농 연구 논문이 출판됐다”며 “경기도의 발암물질 생성 주장은 단지 추측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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