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내린 집중호우에 큰 바윗돌 1km 이상 떠내려와 ‘엉망’
“직선화 강행 유속 빨라져 4대강사업도 큰피해 우려”
“직선화 강행 유속 빨라져 4대강사업도 큰피해 우려”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하천 바윗돌들이 순식간에 휩쓸려 떠내려갔어요. 불과 몇 시간 내린 비로 하천이 넘쳐 진중교 다리가 잠긴 것은 몇십년 만에 처음일 겁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 지류인 진중천의 유로 변경공사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변창균(54)씨는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들이닥쳤던 추석 전날을 떠올리며 19일 이렇게 말했다.
한강 ‘두물머리’ 바로 건너편 진중천 현장을 지난 15일 찾아가보니,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친환경적 공법으로” 정비하겠다며 하천 바닥에 100m 넘게 깔아놓았던 넓적한 바윗돌들은 하천 곳곳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나뒹굴고 있었다. 직경 1m가 넘는 덩치 큰 바윗돌들은 1㎞ 이상 떨어진 하류에 여기저기 떠밀려와 있었다. 둑을 높이 2.5m로 쌓아 만든 인공 여울을 감싸던 바위들도 온데간데없었다.
원래 구불구불했던 진중천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인 북한강에 곧바로 유입되는 15개 지천 가운데 하나로, 예봉산(679m)과 운길산(610m) 사이 길이 5.49㎞의 계곡형 지방하천이다. 하지만 중앙선 전철 복선화로 2008년 말 인근에 운길산역이 개통되면서, 하천 일부가 철로와 맞닿는다는 이유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16억7000만원으로 진중천 하류 670m 구간에 ‘하천 직선화 및 유로 변경공사’를 벌여 지난 6월 말 공사를 마쳤다.
김유(42) 전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은 지난 3월6일 공사 현장을 찾아가 “큰비 쏟아지면 다 쓸려갈 텐데, 뭐하러 하천 바닥에 바윗돌을 깔아 예산을 낭비하려 하느냐”며 현장소장에게 공사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사는 일사천리로 강행됐다.
현장을 둘러본 명호(41)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은 “자연스런 하천 흐름을 직선화하고 바닥에 박석을 설치해 유속을 가속화했다”며 “더욱이 불필요한 여울을 설치해 어류 흐름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김유 전 사무차장은 “하천 직선화와 박석 깔기 등으로 유속이 빨라지고, 그 결과 홍수 피해가 예상됐는데도 납득할 수 없는 공사를 강행해 결국 수억원 예산을 낭비했다”며 “청계천 영향 탓인지, 하천의 본래 기능보다는 하천을 보기 좋게만 만들려는 생각 때문에 4대강 지천 사업에서도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집중호우 엿새 뒤인 지난달 27일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에 복구 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일 넘도록 복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진중천은 철도공사와 연계돼 하천을 돌릴 수밖에 없는 공사”라며 “물이 빠지면 복구에 나설 계획이었는데, 조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진중천은 원래 조금만 건조해도 물이 마르는 건천”이라며 “추석 2~3일 뒤 물은 다 빠졌는데도 복구 공사하는 것은 볼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양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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