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유해성분 노출 경로
환경보건센터 1만여명 조사
세포 손상에 호르몬 불균형
초등생 천식 유병률도 높아
세포 손상에 호르몬 불균형
초등생 천식 유병률도 높아
기름유출사고 3년 ‘끝나지 않은 재앙’
2007년 기름 유출 사고 당시 방제작업에 장기간 참여한 충남 태안 일대 주민들이 세포 손상과 호르몬 계통의 변화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방제작업 기간이 길수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고혈압 등이 나타나고, 해당 지역 초등학생들의 경우 천식 유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태안군 보건의료원의 태안환경보건센터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태안군과, 보령시 섬 지역 주민 9246명, 초·중·고생 1005명 등 1만2251명을 대상으로 벌인 ‘유류 유출 사고 관련 태안 주민 1차 건강영향조사’ 보고서를 보면, 피해 지역 성인의 소변 안 디엔에이(DNA)의 산화적 손상 지표(8-OHdG·히드로디옥시구아노신)가 공단이나 폐금속광산 지역 주민들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질 과산화 지표(MDA·말론디알데히드) 농도도 높은 수준이었다. 히드로디옥시구아노신과 말론디알데히드는 소변으로 배출되며, 디엔에이의 산화적 손상을 측정하는 생물학적 지표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는 방제작업 때 고농도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체내로 들어와 축적된 것”이라며 “방제작업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건강 영향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자연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으며, 발암물질로 생물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 사고 당시 오염물질에 대한 고노출 주민과 저노출 주민의 소변 시료를 분석한 결과, 고노출 지역 주민들의 스테로이드 호르몬 대사 경로에서 효소의 불균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밖에 성인의 알레르기와 고혈압 증상이 방제 기간이 길고 오염 해안에서 가까울수록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천식 유병률은 고노출군의 경우 18.2%로, 제주 지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경우(7.3%·2001년)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정신건강 영향평가에서도 주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평균평점이 13.19점으로, 2008년 조사된 고노출 지역의 12.1점보다 더 높아 정신건강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울증은 전반적으로 2008년보다 수치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주민의 정신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고서는 현재 태안지역의 대기와 토양, 해안의 유류 유해성분 노출 수준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된 것으로 판단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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