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용칸 등 후속대책 미비에
사업지연·예산부족으로 무산 위기
자전거도로는 사후관리 제대로 안돼
사업지연·예산부족으로 무산 위기
자전거도로는 사후관리 제대로 안돼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과 관련한 사업들이 애초 발표와 달리 실행되지 않거나 사후 관리가 미흡해, 정책 홍보를 위한 ‘반짝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를 위해 지난해부터 지하철 역사에 자전거 전용 경사로를 설치하고,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자전거 전용칸을 만들기로 한 서울시의 자전거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과 예산부족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시민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경사도가 심해 안전상 문제가 있는 52개 역사를 뺀 전 역사에 자전거 경사로를 설치하고, 지하철 맨앞쪽칸과 맨뒤쪽칸을 자전거 전용칸으로 개조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시는 올 4월까지 대부분의 역사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지하철 359대(708칸)를 자전거 탑승 전용차량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경사로가 설치된 역은 시청역 등 39개 역에 불과하고, 자전거 전용칸이 마련된 전동차도 40대(80칸)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사업은 서울시 내부 투·융자 심사에서도 지하철 혼잡 등의 이유로 ‘재심사’ 결정이 내려져 예산 편성이 안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지하철이 다른 나라 도시와 달리 과도하게 혼잡하고,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는 것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적으로 여건이 좀 더 성숙한 뒤에 사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광화문 주변 자전거도로는 자동차가 점령한 지 오래고, 경복궁 동쪽 삼청동길 자전거도로는 주차된 관광버스들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여의도 윤중초등학교 인근 자전거도로 역시 주변 아파트의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특히 자전거도로는 늘고 있지만 자전거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이 안전성보다는 양적 팽창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시에 자전거도로가 본격적으로 놓이기 시작한 2008년부터 자전거 교통사고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7년 356건이었던 자전거 교통사고 건수는 2008년 768건으로 두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2009년에는 무려 1001건을 기록했다. 자전거도로를 늘리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오유신 서울환경연합 간사는 “서울시의 자전거 정책이 일회성 사업에 그치고 있다”며 “자전거가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려면 이용자 입장에서 구체적 실행계획을 면밀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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