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거짓과 진실] ⑥ 물부족 해결한다는데…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잘못된 표현 다시 들먹
“2012년까지 13억㎥확보”↔용도별 수요 설명 못해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잘못된 표현 다시 들먹
“2012년까지 13억㎥확보”↔용도별 수요 설명 못해
정부 주장은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소통하는 정부의 대표블로그 정책공감’에 들어가면 ‘4대강 사업 이것이 궁금하다’에 이런 답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4대강 사업으로 2012년까지 13억㎥의 물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2016년에는 17억㎥ 이상의 물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부가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 예측한 물 부족량인 2011년 8억㎥, 2016년 10억㎥를 훨씬 웃돈다. ‘4대강 주요 지점의 하천유지용수 부족을 고려하면’ 물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달 7일 국회의 수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6년 수자원 장기계획을 세울 때 없던 ‘환경용수’ 개념을 도입하면 하천유지용수가 늘어나 13억㎥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하천법에 하천유지유량은 ‘하천의 정상적인 기능과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유량’이라고 돼 있다. 2006년 7월에 발표된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는 강 하류 6개 지점의 하천유지유량만 반영됐지만 그해 하반기에 강 중·상류 등 60개 지점에서도 하천유지유량을 확보하라고 고시됐기 때문에, 마스터플랜 작성 때는 물 수요 예상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따져보니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
유엔은 정말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정한 적이 있을까? 정답은 이미 몇 년 전에 ‘없다’로 결론났다. 이 해묵은 논쟁을 정리하면 이렇다. 1990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이렇게 발표한 근거는 미국 인구행동연구소(PAI)가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 자료이다. 당시 이 자료는 ‘물이 부족하니까 댐 건설이 시급하다’는 정부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국민 ‘홍보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인구행동연구소는 유엔 기구가 아니다. 인구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민간 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지표를 유엔 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인용했을 뿐이다.
또 인구행동연구소 지표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수자원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맹점이 많다. 국토 면적과 인구수만을 변수로 삼은 단순 계산법을 적용해, 강으로 흘러들어오는 빗물을 인구수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물 풍요국, 부족국, 기근국으로 나눈다. 물 관리 기술 등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토가 넓은 일부 아프리카 나라들은 물 풍요국으로 분류되는 반면, 국토가 좁은 한국과 같은 나라는 아무리 높은 물 관리 기술로 수자원을 관리하고 배분해도 물 풍요국이 되기는 어렵다. 이런 반박이 환경운동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자, 정부는 2006년부터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표현을 정부 공식적인 문건에서 쓰지 않기로 하고, 실제로 삭제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 구호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엔이 널리 인용하니까 유엔이 인정한 지표나 마찬가지라는 황당한 논리로 전파되던 이 지표를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홍보하면서 다시 써먹고 있다”며 “왜곡된 정보로 국민을 호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말 물이 부족한가?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2011년 8억㎥, 2016년 10억㎥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이를 근거로 물 확보 계획을 짰다. 이 예측대로 물이 부족했는지 따져보면, 앞으로도 정말 물이 부족할지 예상할 수 있다. 2006년의 계획량과 실제 사용량을 비교해 보면 해답이 나온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토목공학)는 계측하기 어려운 농업용수와 하천유지용수는 2006년 당시 계획량과 실제 공급량이 일치했다고 가정한 뒤, 공업용수가 포함된 생활용수 사용량을 통해 이를 검토했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생활·공업·농업·하천유지용수를 합해 2006년 한 해 343억7800만㎥의 물이 필요한데 용수 공급량은 339억975만㎥에 그쳐 4억300만㎥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집계한 ‘2006년 상수도 통계’를 보면, 그해 실제 생활용수 공급량은 339억7500만㎥였다. 예측치에 견줘 4억1100만㎥를 적게 쓴 것이다. 예측과 달리 실제로는 물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도 2020년까지 지역별로는 수자원 부족 예측량이 있지만,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등 수계별로 보면 모자라는 곳이 없는 것으로 예측돼 있다. 허 교수는 “가뭄이 든 해엔 물이 부족할 수 있지만,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고 나누면 충분히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며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정작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될 양에 맞춰 물 수요 예측 등을 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우선 물부터 확보하고 보자? 4대강 사업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가 아니라, 하천유지유량을 확보하기 위해 물그릇을 키운다는 것인가?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쪽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농업용수도 포함돼 있다”고 답변한다. 그러나 정부는 확보하겠다는 물 13억㎥ 가운데 생활·공업·농업용수로 얼마나 쓰며, 하천유지용수로 얼마나 쓰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조사계획처 쪽은 “확보된 물을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쓸지는 현재 계획을 수정하고 있고, 확정된 계획이 아니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환경공학)는 “4대강 사업으로 우리 강은 흐르는 강에서, 물웅덩이들로 연결된 고인 강으로 확 바뀔 것”이라며 “이전에 흐르는 강을 기준으로 계산한 하천유지유량을, 4대강 공사 이후의 고인 강에다 대입해서 수요를 예측한다면, 출발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또 인구행동연구소 지표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수자원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맹점이 많다. 국토 면적과 인구수만을 변수로 삼은 단순 계산법을 적용해, 강으로 흘러들어오는 빗물을 인구수로 나눈 값을 기준으로 물 풍요국, 부족국, 기근국으로 나눈다. 물 관리 기술 등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토가 넓은 일부 아프리카 나라들은 물 풍요국으로 분류되는 반면, 국토가 좁은 한국과 같은 나라는 아무리 높은 물 관리 기술로 수자원을 관리하고 배분해도 물 풍요국이 되기는 어렵다. 이런 반박이 환경운동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자, 정부는 2006년부터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표현을 정부 공식적인 문건에서 쓰지 않기로 하고, 실제로 삭제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 구호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엔이 널리 인용하니까 유엔이 인정한 지표나 마찬가지라는 황당한 논리로 전파되던 이 지표를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홍보하면서 다시 써먹고 있다”며 “왜곡된 정보로 국민을 호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말 물이 부족한가?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2011년 8억㎥, 2016년 10억㎥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이를 근거로 물 확보 계획을 짰다. 이 예측대로 물이 부족했는지 따져보면, 앞으로도 정말 물이 부족할지 예상할 수 있다. 2006년의 계획량과 실제 사용량을 비교해 보면 해답이 나온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토목공학)는 계측하기 어려운 농업용수와 하천유지용수는 2006년 당시 계획량과 실제 공급량이 일치했다고 가정한 뒤, 공업용수가 포함된 생활용수 사용량을 통해 이를 검토했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은 생활·공업·농업·하천유지용수를 합해 2006년 한 해 343억7800만㎥의 물이 필요한데 용수 공급량은 339억975만㎥에 그쳐 4억300만㎥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집계한 ‘2006년 상수도 통계’를 보면, 그해 실제 생활용수 공급량은 339억7500만㎥였다. 예측치에 견줘 4억1100만㎥를 적게 쓴 것이다. 예측과 달리 실제로는 물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도 2020년까지 지역별로는 수자원 부족 예측량이 있지만,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등 수계별로 보면 모자라는 곳이 없는 것으로 예측돼 있다. 허 교수는 “가뭄이 든 해엔 물이 부족할 수 있지만,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고 나누면 충분히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며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정작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될 양에 맞춰 물 수요 예측 등을 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우선 물부터 확보하고 보자? 4대강 사업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가 아니라, 하천유지유량을 확보하기 위해 물그릇을 키운다는 것인가?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쪽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농업용수도 포함돼 있다”고 답변한다. 그러나 정부는 확보하겠다는 물 13억㎥ 가운데 생활·공업·농업용수로 얼마나 쓰며, 하천유지용수로 얼마나 쓰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조사계획처 쪽은 “확보된 물을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쓸지는 현재 계획을 수정하고 있고, 확정된 계획이 아니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환경공학)는 “4대강 사업으로 우리 강은 흐르는 강에서, 물웅덩이들로 연결된 고인 강으로 확 바뀔 것”이라며 “이전에 흐르는 강을 기준으로 계산한 하천유지유량을, 4대강 공사 이후의 고인 강에다 대입해서 수요를 예측한다면, 출발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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