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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박고 명태 걸어 칼바람속 ‘노릇노릇’…황태야 어서 오려무나

등록 2010-11-22 09:03

지난 17일 오후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3리 들판에서 한 주민이 겨우내 명태를 걸어 말리는 덕장을 만들려고, 낙엽송 덕목을 엮어 플라스틱 끈으로 동여매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3리 들판에서 한 주민이 겨우내 명태를 걸어 말리는 덕장을 만들려고, 낙엽송 덕목을 엮어 플라스틱 끈으로 동여매고 있다.
인제 용대리 7만5천평
3천만마리 덕장 설치
내년 5월께 ‘별미’ 출하
용대리의 농번기는 한겨울이다. 찬바람이 불면 모판을 준비하고, 칼바람이 매서워지면 파종을 한다. 소한·대한의 맹추위가 알곡을 살찌우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날 무렵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다름 아닌 ‘황태농사’다.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3리는 ‘황태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황태의 70%가 용대리에서 난다. 지난 17일 오후 용대리 들판에선 황태농사의 모판이라 할 덕장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굵직한 덕목을 묶어 세워 덕장을 만드는 일을 주민들은 “덕을 박는다”고 한다.

명태를 말려 황태를 얻는 일도 ‘농사’다. 종자는 대양을 헤엄치던 명태다. 2~3월에 잡은 것을 3~4월에 사둔다. 임기혁 용대황태영농조합 사무장은 “그 무렵이 명태의 산란기인데, 내장을 비워내기 때문에 고기가 깨끗하다”고 했다.

명태 배를 따는 할복 작업부터 한다. 이때 얻은 명태알과 내장으로 명란젓과 창난젓을 담근다. 할복 작업을 마치면 냉동창고에 넣어둔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10월 중순부터 한달 남짓 덕장을 짓는다. 주로 낙엽송을 쓰는 덕목은 길이 12자(3.6m)가 기준인데, 1개에 대략 명태 2상자(120~140마리)를 건다.

명태
명태
덕장 빼곡히 명태가 걸리면 ‘만덕’이다. 지난해엔 어획량이 줄고 값도 올라, 만덕보다는 300만마리 적은 2천만마리를 걸었단다. 올해는 약 3천만마리를 확보해, 덕장도 예년보다 1만평 늘려 7만5천평으로 넓혔다. 3천평 남짓한 덕장에 명태 60만마리가량을 건다는 주민 김재식(51)씨는 “황태를 만드는 건 90%가 자연”이라고 했다. 용대리의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12월20일부터 한달가량 명태를 덕장에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태를 건 직후 매서운 추위가 보름만 이어지면, 그해 황태농사는 더 볼 것도 없단다.

밤에 얼었다 낮에 녹기를 반복하며 2월 말께 명태 건조율이 80%를 넘어서면, 덕에서 내려 한무더기로 쌓아둔다. 그렇게 한달 남짓 더 말리면 비로소 명태에서 노란 빛깔이 돌기 시작한다. 황태를 얻은 게다. 3월 말께 창고로 옮긴 뒤에도 황태의 변신은 계속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란 빛깔이 깊어진다. 한달가량 숙성을 더한 황태는 5월부터 본격 출하된다.

황태는 용대3리의 버팀목이다. 148가구 주민 506명 가운데 90%가 황태에 기대어 산다. 예년보다 물량이 줄었는데도 지난 한해 황태로 약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의 70%가량은 투자비를 댄 속초·고성 등 외지 상인들 차지다.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농사 주기와 판매 주기를 거쳐 만 2년이 걸린다. 용대3리 이장을 지낸 이강열 인제황태산업연구회장은 “남의 덕장에서 일만 하던 주민들이 10년 전쯤부터는 직접 명태를 덕에 걸기 시작해 기술력도 갖췄다”며 “자본만 뒷받침되면 주민 몫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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