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제일모직 공터 13년째 ‘흉물’ 방치
상가건립 두차례나 연기
시 “독촉해도 반응 없어”
상가건립 두차례나 연기
시 “독촉해도 반응 없어”
22일 열린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장경훈(65·북구) 의원이 시정질의를 통해 삼성의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구미로 옮겨간 뒤 20년 이상 공터로 남겨진 땅을 어떻게 처리하겠느냐며 대구시에 따졌다. 장 의원은 “도심에서 가까운 제일모직 터 때문에 도심 이미지가 나빠지고, 주변지역 발전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대책을 물었다.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자리잡은 이 땅은 9만3천여㎡에 이르며, 현재는 빈터에 당시 제일모직 본관 건물과 기숙사만 남아 있다.
제일모직은 잘나가던 대구 섬유가 사양길에 접어든 1987년 구미로 공장을 옮겼으며, 삼성은 이 자리에 쇼핑플라자, 호텔, 업무시설 등 대단위 상가를 짓겠다며 대구시에 97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대구시는 개발이 쉽도록 주거지역인 이곳을 즉각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줬다. 당시 대구시가 재벌인 삼성에 특혜를 줬다는 비난이 거셌다.
삼성은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사업시행자로 정해 2005년 7월까지 대단위 상가시설을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완공 날짜가 다가오자 삼성은 “경제 여건이 어렵다”며 “준공 기일을 5년 늘려 2010년 7월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은 이번에도 “투자 여력이 없다”며 완공 날짜를 5년 더 연장해 2015년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시의회 장 의원은 “삼성이 5년 후에 완공을 하려 해도 개발계획 변경과 공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에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차례나 기일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삼성이 사업을 하려는 뜻이 없다고 보고,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대책을 세우도록 주문했다.
답변에 나선 김 시장은 “일본의 도요타 기념관처럼 삼성이 대구에서 발원됐다는 걸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제일모직 터에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만 밝혔다. 대구시 직원들은 “공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독촉해봐야 삼성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그냥 삼성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라고 털어놨다.
대구시의회 주변에서는 대구시가 특혜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꿔줬더니만, 13년째 뚜렷한 이유와 경위 설명도 없이 도심지 땅을 흉물스럽게 빈터로 남겨놓은 삼성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삼성에 의존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는 김 시장의 저자세 때문에 제일모직 터 개발은 언제 해결될지 전망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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