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백선엽 장군 동상 건립 추진
파주시민대책위 “친일인사를…반역사적 행위” 반대운동
경기 파주시가 ‘통일의 관문’인 임진각에 6·25 전쟁 당시 육군 1사단장을 지낸 백선엽(90) 장군의 동상을 세우려 하자, 파주지역 10개 정당·시민사회단체가 ‘친일인사 백선엽 동상 건립 반대 파주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결성해 반대운동에 나섰다.
민주노동당·민족문제연구소·광복회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23일 오전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인사 백선엽의 동상 건립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임진각에 백선엽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반역사적 행위”라며 “파주시장은 편향된 역사인식으로 시민들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데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날부터 시청앞 1인 시위와 1만인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파주시는 지난 18일 이인재 시장 등 선양사업추진위원 20여명이 참석해 선양비건립추진위원회 정관을 심의하고 선양비 시안을 확정했으며, 관련 예산 2억여원을 배정했다.
시는 이와 함께 최근 자유로에 ‘함께 지켜낸 대한민국.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과 백 장군의 사진이 실린 대형 광고판(사진)을 내걸어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시민 류미선(40)씨는 “분단의 상처가 선연한 임진각에 냉전시대 인물의 동상을 세우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인재 시장은 “백 장군은 6·25 전쟁에서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며 “후손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가르칠 수 있는 기념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선엽 장군은 일제 강점기 간도특설대 출신으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