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부산 경찰사격장 ‘산림 무단훼손’

등록 2010-11-25 09:37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장산 자락의 등산로 옆에 설치된 철조망 주변에 무단으로 잘려 나간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장산 자락의 등산로 옆에 설치된 철조망 주변에 무단으로 잘려 나간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시공업체, 구청 허가도 없이 나무베고 ‘3km 철조망’
장산 내 개발제한구역…경찰, 문제되자 철거 지시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영산대 캠퍼스 학생생활관 건물 뒤쪽 등산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해운대구 주민들이 즐겨 찾는 ‘장산’ 자락이다. 산 정상 방향으로 20여분쯤 올라가니 좁은 등산로 바로 옆에 너비 1~2m가량의 길이 나 있었다. 길바닥 곳곳에 나무를 베어 낸 흔적이 보였다. 길 주변에는 30㎝~1m 크기의 나무토막들이 드문드문 쌓여 있었다.

등산로 옆길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니 두세겹의 철조망이 가로막았다. 더는 올라갈 수 없었다. 한 등산객은 “얼마 전 사람들이 나무를 잘라내고 길을 만든 뒤 철조망을 치더니 지난주 다시 아래쪽 철조망을 걷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철조망은 부산경찰청이 지난달 초부터 설치하기 시작했다. 2~3개월 뒤 완공할 예정인 사격장 등 경찰특공대 훈련시설 근처에 민간인이 다가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철조망의 길이는 3㎞가량 된다.

하지만 시공사는 해운대구에 신고를 하지 않고 철조망 설치 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조망을 친 곳은 개발제한구역이어서 해운대구에 사전에 행위허가를 신청해야 하지만 행정절차를 밟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이 회사는 철조망을 치기 위해 길을 내는 과정에서 해운대구의 허가를 받지 않고 멀쩡한 나무들을 뽑거나 잘라내기도 했다.

부산경찰청은 등산객들과 환경단체가 문제삼고 나서자 뒤늦게 이 회사에 행위허가를 신청하도록 조처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19일 해운대구 건축과에 뒤늦게 행위허가를 신청했다. 부산경찰청은 또 이 회사에 “시민공원으로 사용될 등산로 주변 등에 설치된 철조망을 철거하고 수목을 원상복구하라”고 지시했다.

해운대구는 이 회사의 무단 행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고 나무를 훼손하면 원상복구명령 등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 구 늘푸른과 관계자는 “산림보호법 등에 따르면 산의 나무를 없애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철조망이 설치된 지역은 개발제한구역 안이어서 건축과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구 건축과 관계자는 “철조망을 이미 허가받은 훈련장 시설의 일부로 보면 불법으로 보기 어려우며, 산림 훼손 문제는 우리 과의 고유 업무가 아니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행정기관이 법을 위반하는 기업과 시민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같은 공공기관에는 관대하다면 어떤 시민과 기업이 법을 지키려고 하겠느냐”며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경찰과 시공업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