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관악 ‘찾아가는 복지’
주민센터 인력 대거 투입
“한달 40~50곳 가정 방문”
주민센터 인력 대거 투입
“한달 40~50곳 가정 방문”
지난 29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하계2동 학여울 청구아파트 118동. 이곳 통장인 김혜화(43)씨가 한 가정집의 문을 두드렸다. “할머니, 저 왔어요.” “어서 와.” 기초생활수급자 김아무개(77) 할머니가 김씨를 반갑게 맞았다.
할머니는 김씨에게 아들과 함께 근처에 살고 있는 손자 걱정, 관리비 걱정 등을 쏟아냈다. 김씨는 할머니에게 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복지 프로그램 등을 설명한 뒤 다른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파트단지를 지나며 만난 주민들은 김씨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김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지난 10월 노원구가 각 통장들에게 ‘복지도우미’라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김씨도 바빠졌다. 김씨는 “이전에는 구청에서 나눠주는 물품을 전달하거나 가끔 실태조사를 할 때 가정을 방문하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은 복지대상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한 달에 40~50곳의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자치구가 동주민센터 조직을 개편해 주민들에게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 10월 조직 개편을 하면서 구청 직원 37명을 동사무소로 배치했다. 기존의 동사무소 직원 중 19명에게는 사회복지 담당 업무를 새로 부여했다. 각 통장들에게는 ‘복지도우미’로서의 역할도 줬다.
노원구는 또 동별로 주민복지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주민복지협의회는 지역 내에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관별로 촘촘히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진만 하계2동장은 “예를 들어 협의회에 소속된 병원에서 저소득층 환자가 진료를 받을 경우 의사는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복지관 등에 환자의 정보를 알려주고, 상가번영회는 일자리가 날 때마다 복지 대상자 가정에서 사람을 뽑으며, 치킨집은 한부모가정에 치킨을 배달해주도록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주민복지협의회의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관악구도 지난 10월부터 동주민센터의 인력을 복지 부문에 강화시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우선 ‘주민생활지원팀’에 복지인력을 보강하면서 사회복지업무만을 전담하도록 하고, 그동안 ‘주민생활지원팀’이 맡았던 청소업무를 ‘행정민원팀’으로 넘겼다. 또 동주민센터별로 연간 1000만원 안팎의 주민복지를 위한 자체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센터별로 경쟁을 유도해, 우수 센터에는 인사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도입했다.
강석우 자치행정과장은 “각 동주민센터의 ‘주민생활지원팀’에 최소 1명 이상의 인원이 늘어나 복지수요자 개개인에게 적절한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사실상 방치되었던 심층상담서비스, 관련기관과의 연계, 사후관리 등을 포함한 종합적 지원이 가능한 체계가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현동에서 홀로 사는 남아무개(68) 할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증으로 집안 가득 폐기물을 쌓아두고 생활해 주변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으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구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할아버지가 알코올 의존증 및 우울증 치료를 받게 한 데 이어, 통장들과 함께 집안을 청소하고 벽지와 장판을 교체해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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