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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사고 3년…태안의 삶 ‘시름시름’

등록 2010-12-06 09:05

원유유출 사고 3주년을 앞둔 지난 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주민들이 굴 까던 비닐집에서 배추를 절이고 있다. 김아무개(60·앞쪽)씨는 김치에 넣을 굴을 씻으며 “굴 주산지였는데 지금은 반찬도 못한다”고 한탄했다
원유유출 사고 3주년을 앞둔 지난 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주민들이 굴 까던 비닐집에서 배추를 절이고 있다. 김아무개(60·앞쪽)씨는 김치에 넣을 굴을 씻으며 “굴 주산지였는데 지금은 반찬도 못한다”고 한탄했다
피해배상 지급액 152억원…2.4% 수준에 그쳐
굴까던 비닐집서 배추절임 작업 “돈이 되겄슈?”
아직도 기름덩어리 발견…‘오염 후유증’ 고통
“굴이 없으니 인건비라도 벌려고 이 짓 해요.” 지난 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를 찾았다. 개목항에는 겨울 휴어기를 앞두고 거둬들인 꽃게 통발이 쌓여 있을 뿐, 해마다 이맘때면 산더미처럼 쌓인 굴을 까느라 바쁜 손길을 놀리던 아낙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항은 2007년 12월7일 삼성크레인선이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를 들이받아 발생한 태안 원유유출 사고 발생 지점으로, 최대 피해지역 가운데 한곳이다. 고소하고 실한 굴 주산지였으나 사고로 마을 양식장이 모두 오염돼 철거됐다.

김숙영(51)씨는 비닐집에서 굴 대신 배추를 절였다. 대학생 자녀 둘을 둔 그는 한푼이 아쉬운데 줄지 안 줄지도 모르는 배상을 마냥 기다릴 수만 없어 배추를 절여 판다고 했다. 날씨 탓에 배추가 덜 자라 1t 트럭 한차 해봐야 500㎏ 남짓이다. 한달 내내 절인 배추를 팔아도 돈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마을 곳곳에는 굴 까던 비닐집이 남아 있지만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태풍 곤파스 당시 부서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성이 문씨라고만 밝힌 주민은 마을 앞 바닷가에서 자연산 굴을 채취했다. 하루 종일 3~5㎏ 따는데 2만원에서 5만원가량 번다고 말했다. 사고 전에는 잠깐 물 빠질 때 굴을 걷어와 반나절만 까도 10만원 벌이는 기본이었다.

“굴 할 때는 대야보다 큰 그릇에 하나씩 깠는데, 지금은 바가지에 반도 못 채워유. 돈이 되겄슈?”

사고 난 다음해에는 피해가 덜한 이원면에서 딴 검정굴을 가져다 깠는데, 모래가 많은 곳에서 자란 것들이라 살 속에 모래가 배어 있어 거의 팔리질 않았다. 결국 이마저도 관뒀다고 했다.

피해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고통받는 직접 원인은 2%대에 머물고 있는 배상 때문이다.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대책지원본부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집계한 배상 현황을 보면, 배상·보상 청구 건수는 6만9889건에 1조2169억원이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구(IOPC) 사정을 거쳐 배상·보상이 확정된 것은 9997건에 284억9500원으로 건수 대비 21%, 피해금액 대비 2.4% 수준이다. 실제 지급된 배상금은 1422건에 152억200만원이다.

의항 주민들은 “피해 입은 주민과 바다, 사고 친 삼성은 있는데, 삼성이 법 뒤에 숨어서 면죄부를 받는 동안 피해 배상은 점점 어려워져 가난한 주민들 고통이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또 “쥐꼬리만큼 일부 배상이 나오자 배상받지 못한 주민들이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등 주민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 10~11월 유류오염 환경평가 및 환경복원, 주민지원계획을 발표하고 오염지역 환경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신두리, 태배, 소근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기름덩어리가 발견되고 패류와 갑각류 개체 수가 회복되지 않는 등 오염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박재묵 충남대 교수(사회학)는 “먼저 신속한 피해배상과 함께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피해 주민의 생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국가의 지원 대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태안/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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