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서 예산 대부분 삭감…민주당 “도민 염원 저버려”
강원도(도지사 이광재)와 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이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초등학생 전면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이 좌초 위기로 내몰렸다. 도와 도교육청이 제출한 관련 예산이 도의회 해당 상임위에서 잇따라 삭감되면서, 8일 시작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타협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내년 무상급식 사업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도 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7일 밤 도가 제출한 무상급식 관련 예산 91억7400만원 가운데 친환경쌀 지원예산 13억여원을 뺀 나머지를 전액 삭감했다. 삭감에 반발한 민주당 소속 의원 4명은 표결에 앞서 퇴장했지만, 조영기 기획행정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5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이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이날 오후엔 도 의회 교육위원회가 도 교육청의 무상급식 관련 예산에서 30억원을 삭감하고,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 비율을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한 수정 예산안을 표결처리했다.
애초 한나라당 강원도당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전면 무상급식 시기상조론을 펼쳐왔다. 저소득층 지원을 높여가며 단계적으로 급식비 지원을 확대하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기획행정위가 저소득층 지원 확대에 대한 언급도 없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도 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은 도지사나 도교육감의 공약뿐 아니라,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도민들의 선택이자 요구”라며 “아이들의 먹을거리와 친환경 급식에 따른 농가소득 증대 등 무상급식의 장점이 있음에도 한나라당이 이를 철저히 무시한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구자열 도의회 민주당 원내총무는 “일부 예산삭감은 예상했지만, 전액삭감을 해 무상급식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농산어촌 학생 급식비 지원 비율이라도 높이기 위해 타협안을 여러차례 내놨지만 요지부동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관형 의원(횡성)은 “이미 18개 시·군 가운데 15개 시·군에서 무상급식 준비를 마치고 도비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 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것은 도민의 대표자로서 존재 이유를 저버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도 의회는 오는 14일까지 예결특위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도와 도교육청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작업을 벌인 뒤, 16일께 이를 본 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구성된 제8대 강원도의회는 △한나라당 22명 △민주당 14명 △무소속 6명 △교육의원 5명 등 모두 47명으로 이뤄져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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