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씨젖소 개량소’
불과 7km거리 방역 총력
전국서 20만마리 살처분
불과 7km거리 방역 총력
전국서 20만마리 살처분
경기 북부지역으로 번진 구제역이 양주와 연천, 파주에 이어 서울과 인접한 고양시 일산 한우농가들까지 덮쳤다. 농협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젖소농장에 종자를 공급하는 목장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고양시로선 ‘씨젖소’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 구제역 발생 이후 22일 동안 경북·경기지역에서 살처분된 소·돼지는 20만마리에 육박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일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과 중산동 한우농장 2곳에서 잇따라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 농장 근처의 설문동 한우농장(100마리)과 지영동 젖소농장(100마리)에서도 추가로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한우 150마리를 기르는 성석동 한우농장에는, 전날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파주의 한우농장을 출입했던 도축차량이 다녀간 것으로 밝혀졌다.
최영근 고양시 축산팀장은 “구제역 바이러스 침투를 막기 위해 파주시~고양시 고양동의 길목을 차단하고 방역 대책을 강화했으나 구멍이 뚫린 것 같다”며 “발생 농가 주변 3~4㎞ 지역에 고양시 축산농가의 80% 이상이 밀집해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양지역 축산농가는 총 271곳으로 소 1만2000여마리, 돼지 2만1000여마리 등 모두 3만5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구제역이 고양시에 진입함에 따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젖소 종자를 공급하는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농협 젖소개량사업부(원당목장)는 ‘씨젖소’가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도록 긴급 대응에 나섰다. 원당목장 쪽은 씨젖소 14마리와 후보 씨젖소 109마리 가운데 40%인 50여마리를 전북 무주군으로 피신시켰으며, 보관중인 정액 30만 스트로(1스트로는 1회 수정분)도 다른 안전지대로 옮겼다. 이곳은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온 성석동 한우농장에서 불과 7㎞ 떨어져 있다. 66만㎡ 규모의 원당목장은 국내 젖소농장의 절반가량에 우수 씨젖소 정액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후 지난 19일까지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은 경북 8개 시·군에서 16만4315마리, 경기도 4개 시·군에서 3만4862마리 등 모두 19만9177마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20일 매몰된 숫자까지 더하면, 이번 구제역으로 희생된 가축은 20만마리를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16만여마리의 가축을 단기간에 매몰처분한 경북지역에서는 집단 매몰지 주변의 수질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 매몰 때의 규정을 엄격히 지키지 않아, 침출수가 식수원인 근처 하천을 오염시킬 경우 288개 마을의 2만3000여 주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양 대구/박경만 구대선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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