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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현장에서] 안희정호, 순항을 바란다면

등록 2010-12-22 09:23

전진식 기자
전진식 기자
“사람이 골병드는 걸 놔두는 건 옳은 행정이 아닙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말이다. 지난 7월 연기군을 찾았을 때였다. 규칙과 제도에 얽매여 사회적 약자를 홀대하는 행정을 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겼다. 시·군 방문 때마다 도민들은 그를 반겼다. 힘찬 목소리로 그는 화답했다. 40대 젊은 지사가 ‘행복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말에, 어르신들을 잘 모시겠다는 다짐에 도민들은 그를 밝게 맞았다. 뜨거웠다. 안 지사는 웃었다. 두달이 지났다.

“죽어가는 벼를 보며 날마다 한숨짓는 농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한 처사다.”

농민단체 간부의 말이다. 지난 9월 초 충남 서해안을 송두리째 부수고 지나간 태풍 곤파스로 농민들이 망연자실해 있을 때였다. 같은 달 28일 피해 지역의 한곳인 서산을 찾은 안 지사는 농약대(㏊당 10만원)가 아니라 대파대(㏊당 110만원) 형식으로 피해 지원을 하기로 중앙정부와 합의했다는 말을 전했다. 농민단체는 분개했다. 이미 10여일 전에 정해진 내용을 피해 지역에 가서야 밝힘으로써 ‘이벤트’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농민들은 그를 반기지 않았다. 서늘했다. 안 지사는 웃지 못했다. 또 두달이 지났다.

“형편에 맞춰 낮은 포복이든 높은 포복이든 하는 거죠.”

지난달 충남도 조직개편안에서 새마을회계과를 두는 것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도의새마을과의 전통도 있고, 농촌 혁신운동의 주체로서 거는 기대가 있다며 일단 지켜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른 회계과와 도의새마을과를 엮었으니, 기형적인 조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파열음이 일었다. 조직개편 연구용역을 맡았던 교수마저 황당해했다. 싸늘했다. 조직개편 조례안은 21일 도의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안 지사의 현란한 언어유희는 진정성이 없고 농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지난 2일 충남도가 첫 도민 발의 조례까지 있는데도 쌀 직불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에 반발한 농민단체의 집회에서 한 시민단체 대표가 한 말이다. 차가웠다. 농민들이 도청 앞에 가득 쌓은 나락은 말이 없다.


새해는 신묘년 토끼해다. 묘시는 새벽 5~7시를 이른다.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는 때다. 오해와 불신, 갈등을 넘어 ‘안희정호’가 순항하길 바란다. 도민을 위해서다.

지난여름 기자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안 지사와 같은 ‘임기’를 보낸 기자가 건네는 새해 인사다.

전진식 기자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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