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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농가 “너무 쉽게 뚫려…땀흘려 키운 축산브랜드 잃나”

등록 2010-12-22 20:20수정 2010-12-23 09:17

구제역이 발생한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들머리에서 22일 오후 방역요원들이 출입 차량에 대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평창/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구제역이 발생한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들머리에서 22일 오후 방역요원들이 출입 차량에 대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평창/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원농가 구제역 충격
평창·화천 확진 판정…횡성·철원서도 의심신고
“어떻게 키운 축산브랜드인데…” 불안감 확산
‘청정지역 강원’이 뚫렸다. 제주와 함께 구제역 청정지대를 자랑해온 강원도에서도 22일 평창·화천 두 곳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잇따랐다. 춘천시 남면과 원주시 문막읍, 횡성군 횡성읍, 철원군 갈말읍에서도 이날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영서지방 전역을 휩쓴 셈이다. 방역초소를 뚫고 들어온 구제역은 축산 농민의 마음까지 관통했다.

“멍하니 갑갑하다. 그저 내 소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평창읍 약수리에서 40년째 한우를 키워왔다는 원병선 평창한우협회장은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말 안동에서 구제역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방역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렇게 쉽게 뚫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상필 평창군 농축산과장은 전날 밤샘 근무를 한 탓인지 퀭한 모습으로 “지난 15일부터 장평·면온·속사 등 5개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차단 방역을 해왔고, 축사 면적이 330㎡(100평) 이하인 소규모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방역 작업에 만전을 기해왔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관령 한우’로 이름난 평창에선 850여 농가에서 한우 1만53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위기감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평창군청에서 42번 국도를 따라 해발 400~800m 고갯마루 4개를 고불고불 넘어 1시간 남짓 만에 닿은 횡성읍 읍하리. ‘청우축산 한우백화점’을 운영하는 김재용(31)씨는 “12월에는 송년회 등 모임이 많아 쇠고기 소비가 평소보다 늘어나는데, 지난달 말 구제역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식당 등 도매 매출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특히 소매 매출은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횡성 한우는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만찬용으로 납품될 만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주민은 4만5000여명에, 한우 5만마리를 사육한다. 지역 축산농민들이 느끼는 자부심이 큰 만큼 위기감도 깊다.

횡성읍 영영포리 되재기 마을 들머리에서 만난 조원용(45)씨는 대뜸 “구제역이 휩쓸고 지나가면 축산농민들의 자살이 속출하는 이유를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매몰처분을 하면 시가로 보상을 해준다지만, 송아지 입식비용에 밀린 사료값, 생활자금 대출금 등을 빼고 난 뒤 농민들 손에 남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그 돈으론 새로 송아지를 들여다 키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부터 6가구가 작목반을 구성해 700마리가량 거세소를 키우는 되재기 마을 주민들은 종종걸음을 쳤다. 차례를 정해 마을 들머리부터 외지인의 출입을 막고, 마을에 석회를 뿌리는 등 아침저녁으로 소독을 한다. 하지만 엄습하는 불안감까지 씻어낼 순 없다. 조씨는 “장기간 피땀을 흘려 키워온 횡성한우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생겼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하늘을 쳐다보며 구제역이 사라지기만 바라고 있는 게 한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평창 횡성/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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