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소독액 인천 강화에서도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내려진 가운데 24일 오후 일산대교 김포방면 요금소에서 소독약을 분사하는 방역장비가 강추위에 얼어붙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김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구제역 발생지 패닉상태
한파에 소독액마저 얼어붙어 방역 ‘발만동동’
안동 5만3천마리중 3만4천마리 매몰 초토화
강화 “몇년전 돼지콜레라 봄 구제역 넘겼는데…”
한파에 소독액마저 얼어붙어 방역 ‘발만동동’
안동 5만3천마리중 3만4천마리 매몰 초토화
강화 “몇년전 돼지콜레라 봄 구제역 넘겼는데…”
‘명품 한우’의 고장 횡성은 24일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강원 전역에 내려진 한파특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수은주를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뜨린 강추위보다 주민들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은 구제역 확산이란 공포였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횡성읍 학곡리와 서원면 유현리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잇따랐다.
“다 얼어터졌다.” 이날 오후 중앙고속도로 횡성나들목 요금소 바로 앞에 설치돼 있는 이동방제초소 주변은 아예 빙판이었다. 연방 도로에 모래를 뿌리던 김윤호(52·횡성읍 북현리)씨는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어젯밤 분무 소독기가 얼어붙어 애를 먹었다”며 “아침에 파이프 터진 것을 교환하고 강력 분사기까지 동원해 방역을 재개했지만, 낮에도 소독액이 얼어붙는 상황이라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읍내로 이어지는 국도변에는 ‘확진판정’ 이전엔 보이지 않던 방제초소가 새로 들어서 있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뿐 아니라 국도까지 막아야 한다”고 미리부터 호소했지만, ‘명품 소’를 잃고 난 뒤에야 방역이 강화된 것이다.
“확진판정이 난 뒤 손님이 1명도 없다. 지금쯤 설 명절용 한우세트 예약을 시작해야 하는데….” 횡성읍 읍하리의 한우판매점에서 일하는 임정환(27)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횡성읍내에서 택배영업을 한다는 임아무개(37·횡성읍 갈풍리)씨는 “사흘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씨의 집은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온 학곡리와 야트막한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임씨는 “우리 마을에서만 600두가 넘는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데, 혹시나 구제역을 옮길까 싶어 아예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제역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건 경북 안동도 마찬가지다. 안동에서 사육하던 소 5만3천여마리 가운데 이미 3만4천여마리가 매몰됐고, 25일부터는 남은 1만7천~1만9천마리 모두 구제역 예방접종을 한다. 한우 120마리를 키우는 김아무개(49·안동시 일직면)씨는 “백신접종 뒤에는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정부가 수매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백신접종 결정이 내려진 경기 고양에서는 축산농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일산 동구 문봉동에서 젖소 91마리를 키우는 이완주(51)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정부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파주시 법원읍에서 한우 250마리를 키우는 황인식(48)씨는 “초동대처를 잘못해 확산 책임이 있는 정부가 단지 비용을 줄이려고 또다시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반발했다.
이날도 구제역 발생지역에선 ‘살풍경’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4월에 이어 7개월 만에 구제역이 또 터진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에서 이날 오전 키우던 돼지 721마리를 살처분한 장오연(51)씨는 “몇년 전 크게 번졌던 돼지콜레라와 올봄 구제역 때도 잘 넘겼다”며 “아침에 마지막으로 눈물로 먹이를 주며 작별 인사를 했다”고 울먹였다. 횡성·강화·고양·안동/ 정인환 김영환 박경만 박주희 기자 inhwan@hani.co.kr
이날도 구제역 발생지역에선 ‘살풍경’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4월에 이어 7개월 만에 구제역이 또 터진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에서 이날 오전 키우던 돼지 721마리를 살처분한 장오연(51)씨는 “몇년 전 크게 번졌던 돼지콜레라와 올봄 구제역 때도 잘 넘겼다”며 “아침에 마지막으로 눈물로 먹이를 주며 작별 인사를 했다”고 울먹였다. 횡성·강화·고양·안동/ 정인환 김영환 박경만 박주희 기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