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첫 의심신고 3일뒤에 백신 접종…확산 막았지만 청정국 회복 18개월 걸려
정부가 25일부터 경기 파주와 고양, 연천, 경북 안동과 예천 등 전국 5곳에서 구제역 백신접종을 하기로 결정해 축산농가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2000년 국내 처음으로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던 파주시의 <구제역 백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방역당국은 1934년 이후 66년 만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구제역 때문에 당황했고 농민들은 반발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재발생 없이 1년6개월 만에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24일 파주시가 공개한 2001년 12월 발행본 <구제역 백서>를 보면, 파주에서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때는 2000년 3월25일이다. 파평면 금파리에서 젖소 15마리를 기르던 권수목장 김아무개씨의 젖소 3마리가 3월20일부터 식욕부진과 침흘림, 물집 등 증상을 보여 ‘의사 광견병’으로 시에 신고했다.
방역당국은 신고 다음날부터 이틀 동안 발생농가의 젖소 15마리와 같은 마을의 농장 6곳 91마리 등 모두 106마리를 매몰처분했다. 이후 구제역은 4월15일까지 충남 홍성과 보령, 충북 청주, 경기 화성과 용인 등 6개 지역 15개 농장으로 확산돼 182개 농가 2216마리가 매몰처분됐다.
젖소의 임상증상이 심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방역당국은 신고 다음날 백신접종을 결정하고, 발생 3일 뒤인 28일부터 반경 10㎞ 이내 742개 농가 9만5851마리의 우제류 가축들에 예방접종을 했다.
백신접종은 농가 반발이 이어지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1차 접종은 ‘예방접종 가축을 강제 살처분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축산농가가 백신접종을 집단 거부하는 바람에 한달 만인 4월23일에야 끝났다. 구제역이 소에 집중되면서 “돼지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돼지농가들이 접종 중단을 요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5월3일부터 시작된 2차 접종은 각종 부작용으로 진통을 겪으며 석달 뒤인 7월31일 끝났다. 1차 예방접종 과정에서 접종 가축이 스트레스로 유산하거나, 주사 부위가 부어오르는 등 파주에서만 87개 농가 가축 1236마리에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신고됐다.
이후 파주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더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 국제수역사무소(OIE)는 이례적으로 1년6개월 만인 2001년 9월19일 한국의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파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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