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에 설치해 놓은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차량을 소독하기 위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상주시 제공
상주 우물마을 주민들, 차량소독 등 철벽방역
6일 새벽 6시. 아직 날이 채 밝지도 않았지만 주민 2~3명이 마을 들머리에 쳐놓은 천막에 모습을 나타냈다.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마을 주민들이 세운 구제역 방역초소에서는 마을로 들어오는 차량뿐만 아니라 차에 탄 사람들까지 일일이 소독을 한다.
이 마을에서 소를 키우는 20여가구 주민 50여명은 날마다 오전 9시쯤 아침식사를 끝낸 뒤 방역초소에 들른다.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은 뒤 마을 전체 37가구의 집과 축사 등을 한 곳도 빼지 않고 소독을 한다. 소독이 끝나면 다시 마을회관에 모여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경북에서 구제역이 한창이던 지난달 6일 주민들은 스스로 자율방역단을 꾸린 뒤 마을 어귀에 방역초소를 세웠다. 양승택(54) 이장은 “방역당국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키자고 뜻을 모아 주민들이 나섰다”며 “한 달 동안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소를 지켜내기 위해 단체로 방역을 하면서 다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날 당번으로 뽑힌 주민 3~4명은 새벽 6시부터 차량 통행이 뜸한 밤 9시까지 방역초소를 떠나지 않는다. 소먹이를 싣고 온 사료 트럭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양해를 얻어 마을 입구에서 차량을 돌려보낸다. 소를 키우지 않는 주민들도 가급적이면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주민들은 “초소를 세운 뒤 한 달 동안 시장에 가지 않고, 외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했다”며 “지금까지는 잘 지켜내 구제역도 막고 살처분도 피했지만, 설날까지 계속돼 자식들 없이 차례를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 마을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동면 운평마을, 화동면 의산마을, 사벌면 묵상마을, 내서면 평지마을 등 자율방역단을 조직한 마을이 상주에서만 5곳으로 늘어났다.
상주 낙동사격장 주변에 흩어져 살던 37가구 150여명이 농토가 편입된 뒤 2년 전 우물마을에 모여 살고 있으며, 20여가구 50여명이 한우 80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나머지 100여명은 논농사를 하고 있으며, 돼지는 한 마리도 키우지 않고 있다.
상주시 최건수 축산과장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에 나선 덕분에 안동과 예천 등 인근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상주는 안전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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