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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우리소 우리가 지켜야지” 온동네가 ‘구제역 방역단’

등록 2011-01-07 09:39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에 설치해 놓은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차량을 소독하기 위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상주시 제공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에 설치해 놓은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차량을 소독하기 위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상주시 제공
상주 우물마을 주민들, 차량소독 등 철벽방역
6일 새벽 6시. 아직 날이 채 밝지도 않았지만 주민 2~3명이 마을 들머리에 쳐놓은 천막에 모습을 나타냈다.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마을 주민들이 세운 구제역 방역초소에서는 마을로 들어오는 차량뿐만 아니라 차에 탄 사람들까지 일일이 소독을 한다.

이 마을에서 소를 키우는 20여가구 주민 50여명은 날마다 오전 9시쯤 아침식사를 끝낸 뒤 방역초소에 들른다.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은 뒤 마을 전체 37가구의 집과 축사 등을 한 곳도 빼지 않고 소독을 한다. 소독이 끝나면 다시 마을회관에 모여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경북에서 구제역이 한창이던 지난달 6일 주민들은 스스로 자율방역단을 꾸린 뒤 마을 어귀에 방역초소를 세웠다. 양승택(54) 이장은 “방역당국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키자고 뜻을 모아 주민들이 나섰다”며 “한 달 동안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소를 지켜내기 위해 단체로 방역을 하면서 다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날 당번으로 뽑힌 주민 3~4명은 새벽 6시부터 차량 통행이 뜸한 밤 9시까지 방역초소를 떠나지 않는다. 소먹이를 싣고 온 사료 트럭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양해를 얻어 마을 입구에서 차량을 돌려보낸다. 소를 키우지 않는 주민들도 가급적이면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주민들은 “초소를 세운 뒤 한 달 동안 시장에 가지 않고, 외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했다”며 “지금까지는 잘 지켜내 구제역도 막고 살처분도 피했지만, 설날까지 계속돼 자식들 없이 차례를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 마을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동면 운평마을, 화동면 의산마을, 사벌면 묵상마을, 내서면 평지마을 등 자율방역단을 조직한 마을이 상주에서만 5곳으로 늘어났다.

상주 낙동사격장 주변에 흩어져 살던 37가구 150여명이 농토가 편입된 뒤 2년 전 우물마을에 모여 살고 있으며, 20여가구 50여명이 한우 80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나머지 100여명은 논농사를 하고 있으며, 돼지는 한 마리도 키우지 않고 있다.

상주시 최건수 축산과장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에 나선 덕분에 안동과 예천 등 인근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상주는 안전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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