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여마리 처분 지역 축산업 붕괴 우려 현실화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면서 경기도 파주와 김포지역 농가에서 사육중인 돼지 20여만마리 가운데 90% 안팎이 매몰된 것으로 밝혀져 지역 축산업 붕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9일 경기도와 파주시, 김포시, 양돈협회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파주시에서 구제역 확진 또는 의심 증상으로 매몰처분한 돼지는 전체 13만8000마리 중 12만여마리, 김포시는 6만5500마리 중 5만4294마리로 확인됐다.
특히 파주시는 돼지농장이 몰려 있는 파평면 덕천리와 눌로리를 비롯해 파주읍 부곡리·백석리, 광탄면 분수리 등의 돼지 수만마리가 전멸했다. 널따란 축사는 텅 비었다.
파평면 눌로리 장석철(50)씨는 “10일 전 기르던 돼지 3000마리를 모두 매몰처분했다”며 “빨리 구제역이 종식돼야 미래 계획을 세워볼 텐데, 텅 빈 축사를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1996년과 1998년에 임진강 수해로 생때같은 돼지 1500마리를 잃은 데 이어 2002년 구제역 때도 300마리를 매몰하는 등 수차례 시련을 겪어온 장씨는 “돼지를 매몰한 뒤 밥도 못 먹고 불면증에 소화불량, 두통까지 생겨 한방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몰처분을 겨우 면하고 살아남은 농가들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주시 탄현면에서 돼지 900마리를 사육중인 우종진(65)씨는 “소독과 차단방역을 잘해서 살아남은 농가들은 돼지를 출하하지도 못하고 농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 죽을 맛”이라며 “출하시기가 지나 돼지의 체중이 불어 사료를 감당하기도 힘든데다, 분뇨처리까지 못한 채 얼어붙어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병직 파주시 가축방역팀장은 “파주는 연천·포천 등 인접지역 사람과 차량 통행량이 많아서인지 쉴 새 없이 방역작업을 하는데도 구제역이 차단되지 않고 있다”고 방역작업에 한계가 있음을 토로했다.
지난달 21일 월곶면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김포시도 인근 통진면과 하성면, 대곶면, 양촌면 등 농장 밀집지역에서 의심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곶면 농민 김아무개씨는 “소·돼지 농가가 있는 지역은 거의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구제역재난대책본부는 9일 “현재까지 도내 930개 농가의 57만3861마리를 매몰처분해 85%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며 “소가 7.6%, 돼지가 92.4%”라고 말했다.
파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파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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